37번의 패전 중 역전패만 18번. 그것도 9회(연장전 포함)에 승리를 빼앗긴 것만 11번. 12번의 1점차 패배.'밤비노의 저주'처럼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를 내내 괴롭힌 역전 징크스였다. 모두 허약한 불펜진 때문이었다. 김병현(24·사진)이 이틀 연속 팀의 1점차 승리를 지켜내자 보스턴 지역언론들이 왜 그렇게 대서특필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10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의 스카이돔에서 열린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김병현은 '빨간 양말의 수호신'으로서의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9회말 전날과 같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또다시 1점차 승부에 막강 클린업트리오가 버티고 있었다. 이제 누가 역전을 두려워하랴. 그래디 리틀 감독은 주저하지않고 김병현을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김병현은 이날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2번 프랭크 카탈라노트에게 2루타를 허용,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이라이트는 홈런 더비 1위(28개)의 강타자 카를로스 델가도와의 승부. 3번 버논 웰스를 3구 삼진으로 잡은 김병현은 델가도와 2―3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9번째 공을 솟아오르는 몸쪽 높은 직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하위 클라크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2사 1,2루의 위기 상황을 자초한 김병현은 그러나 에릭 힌스케를 전날처럼 바깥 쪽으로 낮게 깔리는 공으로 삼진을 유도, 승리를 확정지었다.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장식하면서 팀의 8―7 승리를 지킨 김병현은 3승3세이브7패(보스턴 이적 후 2승3세이브2패)를 올렸고 방어율도 3.61로 낮췄다. 패색이 짙던 8회 대거 4점을 뽑아 7―7 동점을 만든 보스턴은 9회초 8―7로 경기를 뒤집은 다음 김병현의 깔끔한 마무리로 역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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