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한지 몇 해 안된 학인 스님들이 승가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조계종 20개 강원(승가대학)에 재학중인 1,800여 학인 스님들의 모임인 전국승가학인연합(전승련·의장 각산 스님)은 11, 12일 이틀간 김포 중앙승가대학에서 '승가교육과 한국불교'를 주제로 학술발표대회를 갖는다. 학인 스님들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번 행사에 앞서 350년 전통의 승려 교육 시스템이 현대 사회에 맞지 않으므로 변화가 절실하다는 내용의 발제문을 미리 배포했다.중앙승가대 불교학과에 재학중인 지문 스님은 "전통적인 강원은 여전히 한국 사회와 철저히 단절된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승가 교육을 스님이 담당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와 달리 학인 스님의 61%가 재가불자를 강사로 초빙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 출가자는 6개월의 행자 생활을 거쳐 사미, 사미니가 되는데 4년제 강원에서 승려로서의 기본교육을 받은 뒤 구족계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된다.
학인 스님들의 비판은 강원 교육의 전반에 걸쳐 있다. 잦은 울력으로 인한 교육시간 부족, 선배 스님들의 감정적인 언어 사용, 군대식의 강압적 분위기, 형식에 치우친 발우 공양 등이 공부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터넷 ID가 없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학인들은 정보통신사회에 잘 적응돼 있으므로 이에 맞게 강원 교육도 변화해야 하며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도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현재의 사미승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해인사 강원 대교과의 원우 스님은 "과거 사미승 제도는 경전을 읽을 줄 모르는 나이 어린 출가자를 위한 것이었으며, 출가 나이에 하한선을 둔 것도 이와 같은 취지였다"면서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출가의 조건으로 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사미 과정을 두는 것은 불필요하며 율장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인 스님들이 정식 승려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찰의 각종 불사에 스님 역할을 하고 있어 많은 모순과 갈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강사 스님들도 같은 의견이다. 특히 직지사 강원 강주 흥선 스님은 "오늘날 승가의 구성원들은 세속인들보다 더 세속화되었다고 할 정도로 소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강원도 물이 덜 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찬가지"라면서 "강원에서부터 무소유를 정신적 자산으로 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산 스님은 "요즘 출가자들은 사회에서 학문이나 사회적 경험 뿐만 아니라 불교도 나름대로 공부한 이가 많아 강원의 전통적인 교육에 혼란을 느낀다"면서 현실을 제대로 점검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대회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승가교육에 나타난 한국불교' '강원교육과 수행환경' '불교의 사회참여'등 세 분과로 나눠 진행되는 행사에는 학인 스님들 뿐만 아니라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장 영배 스님, 동화사 강원 강주 해월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등 조계종의 중진 스님들이 다수 참석,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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