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북한의 고폭실험 실상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우리는 한편으로 어이없고 다른 한편으로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북한은 제네바 합의 이후인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핵무기 실험의 전단계인 고폭실험을 70차례 정도 실시했다고 한다. 북한의 고폭실험에 대한 정보는 미국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우리 정부기관이 구체적 물증에 근거하여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핵 보유설을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으니, 이로써 장차 파생될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고폭실험과 관련한 지난 정부의 행태다. 정부가 북한의 고폭실험을 알게 된 것은 98년 4월부터였다고 한다. 바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였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그런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알면서도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내세워 인도적 차원을 뛰어넘는 대북경협을 밀고 나간 셈이다. 이는 국민이 순수하게 받아들였던 햇볕정책의 취지와는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 북한 정권의 의도와 그 파급영향을 헤아려야 할 정부가 북한의 고폭실험에 강력한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오늘의 모습으로 북핵 사태를 키운 꼴이 되었다.
지난 정부를 탓하고 앉아 있기에는 지금 북핵 사태가 너무 절박해지고 있다. 마침 서울에서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다. 북한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참여정부는 지난 정부가 보낸 잘못된 대북신호를 수정하여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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