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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안팎/다자회담 對 민족공조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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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안팎/다자회담 對 민족공조 氣싸움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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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장관급회담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10일 북측 대표단은 남측에 8·15를 전후한 공동행사를 제의하며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전술적 변화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김령성 북측 단장은 전체회의 기본발언을 통해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 계승만을 강조하던 데서 한발 나아가 상호 비방 방송을 금지를 제안했다. 날짜도 8월 15일로 못박았다. 또 그간 지지부진 하던 이산가족 면회소 문제에 대해 올 추석 때 8차 상봉행사와 함께 착공식을 갖자고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측의 제안들은 남측의 바람과는 초점이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다자회담 수용과 핵 포기와 관련한 진전된 입장표명을 받아내겠다는 자세다. 이 같은 시각차는 향후회담에서 남북이 각각 다자회담 수용과 민족공조를 앞세워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측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막기 위한 공동의 조치를 촉구한 부분과 전쟁국면을 초래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하지 말자고 주장한 대목은 더욱 남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미·일로부터 대북압박조치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도의 '반전 캠페인'에 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측이 기본발언에 앞서 남측에 대해 "이번 회담이 조미 회담은 아니지만 (핵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자"고 밝힌 것은 여전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중국측이 평양에 고위사절단을 보내 한일이 포함된 다자회담 수용을 설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전의 회담보다 핵문제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측 김 단장이 언급한 핵문제 논의가 8·15를 전후한 '반전 민족공조 조치'를 지칭한 것이라면 상황은 비관적이다. 도리어 북측의 의도가 국제공조를 깨기 위한 전술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북측은 이전보다 남북관계에 더 무게를 싣게 됐다. 북한이 특검수사와 한미 정상회담, 주적론 등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금강산관광 재개와 철도·도로 연결 등은 물론 경협추진위등 예정된 남북간 접촉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 백진현 교수는 "국제적으로 포위당한 북한으로서는 핵 문제를 놓고 국제공조를 깨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은 당분간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측과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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