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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니의 진화 "원더풀" / 원더풀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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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니의 진화 "원더풀" / 원더풀 데이즈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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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면 녹이 묻어나올 듯한 금속의 질감, 굉음을 지르며 객석을 가로질러간 듯한 오토바이 소리, 미래도시의 암울한 뒷골목과 폐선…. '원더풀 데이즈'가 그려낸 디스토피아는 이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를 연상시킨다. 부피와 온도가 느껴질 정도의 입체감 있는 화면, 박력과 서정성을 고루 갖춘 음악과 세련된 음향 효과가 빚어낸 결과물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수작업 2D와 컴퓨터 그래픽의 입체적인 3D, 꼼꼼하게 제작한 미니어처 촬영을 접목해 연출한 서기 2142년의 지구 최후의 도시는 나름의 숨결을 품고 있다.'원더풀 데이즈'가 기반하고 있는 상상력은 생태적 상상력이다. 핵전쟁으로 모든 대륙이 황폐화하자 마지막 남은 인류는 남태평양의 시실(時失) 섬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돌아가는 인공도시 에코반을 세운다. 에코반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은 계급 차이. 에코반은 도시 외곽 유전지대에 자리한 마르 난민촌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에코반과 마르 사이의 증오와 불화는 영화에 중요한 긴장을 제공한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상 유전이 붕괴하는 도입부는 사실감 넘치는 스펙터클과 함께 에코반과 마르 사이의 반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여기에 불가능한 운명적 사랑을 끼워넣는다. 에코반 출신의 난민 테러리스트 수하는 에코반의 중앙 통제 컴퓨터 시스템인 델로스를 해킹하기 위해 잠입했다가 그의 첫사랑이자 에코반 순찰대원 제이와 충돌한다. 여기에 제이 곁을 늘 지켜온 경비대장 시몬이 개입한다. 권력관계와 애정관계를 맞물리게 한 기둥 줄거리는 새로울 게 없다. 주요인물의 캐릭터는 가라앉아 있고 평면적이다. 그러나 과다한 설명이나 회상 장면들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이미지로 정면 승부를 노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원일이 작곡하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장중한 주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비장미 넘치는 화면을 풀어놓는 솜씨는 최상급이다. 17일 개봉에 앞서 10일 제 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한다. 전체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김문생 감독

제작기간만 7년이 걸린 제작비 126억원의 대작 ‘원더풀 데이즈’를 만든김문생(42) 감독은 CF 감독 출신의 영화 신인이다. 2D(2차원), 3D(3차원), 미니어처 촬영의 세 가지 방식을 합친 개성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느라 스태프만 350명을 동원했고 무려 12만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는 “친구들이 집 장만 할 동안에 나는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며 “아이 하나 얻은 듯한 기쁨”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_제작기간이 꽤 길었다. “프리프로덕션 2년, 제작기간만 5년이 걸렸다. 막강한 인력을 갖춘 디즈니도 이만큼 걸린다. 일본 ‘메트로폴리스’도 7년 걸렸다. 세 가지 방식을 합성하느라 7개월 동안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파묻혀 지냈다. 다 끝내고 나오니 내 방에서 136개의 술병이 나오더라.”_미니어처 촬영 등 세 가지 방식을 합성한 이유는.“미국이나 일본과 달라야 세계 시장에서 살 수 있다. 미·일의 애니메이션은 종이 위에 그린 듯 평면적인 것이다. 사실적인 공기를 느낄 수 있는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미니어처는 30명이 8개월 동안 만들어 4개월 동안촬영했다._제작비도 엄청난데.“애니메이션과 미니어처 50억원을 포함해 순제작비가 80억원이고, 나머지는 마케팅 비용과 해외 세일즈 비용이다.”_질감 있는 화면에 비해 캐릭터와 드라마가 약하다.“절제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암울한 미래 사회에서 그들이 마음껏 웃고 떠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드라마가 약하다는 얘기는 동의할 수 없다. 불친절한 설명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이해하기위한 시각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해두었다.”_관객은 얼마나 예상하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280만명 정도면 좋겠지만 100~150만명 정도만 되도 ‘싹만 틔웠던 우리 애니메이션이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해외에서 650만 달러 가량 판매해 제작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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