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외국인 주도 서머랠리(여름 상승장)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단연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다. 이번 상승장에 아예 동참하지 않았거나, 투자를 했어도 두 업종 이외의 종목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가 차별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IT주와 함께 주도주 경쟁을 하고 있는 금융주의 중심에는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금융 등 '은행주 3인방'이 자리잡고 있다. 9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이들 은행주를 집중 매수하며 은행업종 지수를 2.23%나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이 이날 13%나 폭등했고 국민은행도 7월 들어 15%이상 상승하며 4만1,000원대를 회복했다. 상반기 실적이 다른 은행보다 비교적 좋은 우리금융지주는 5월29일 이후 이날까지 30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않고 외국인들이 사들여 자그마치 30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순환매 성격 강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은행주 매수는 저평가된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를 돌아가며 사는 순환매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은행주를 짓눌러왔던 카드부실과 SK글로벌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한 몫 했다. 대한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보다 카드 부실이 적은 데다 SK글로벌 문제가 점차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3분기부터 정상적인 실적이 기대되는 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증권도 하나은행이 국민은행에 비해 44%나 저평가 된 상태라며 은행업종내 최선호주라고 치켜세웠다.
저평가·바닥 탈출
은행주 3인방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비교적 싸다는 가격메리트가 있는데다 실적도 바닥권을 통과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투자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은행 및 카드주를 짓누르던 '카드채 대란' 우려가 희석된데다 연체율도 3분기 이후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경예산 편성, 특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내수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낼 경우 은행 실적도 점차 개선될 여지가 있다.
동원증권 배현기 연구원은 "은행 실적과 주가는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3분기 이후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연체율 하향 안정과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도주 부상은 글쎄?
그러나 이들 은행주 3인방이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하기에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가계대출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징후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실적 회복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조병문 금융팀장은 "최근 은행주 상승은 외국인의 '돈의 힘'에 의한 순환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IT주에 비해 실적 개선 모멘텀이 약할 뿐만 아니라 내수주라는 한계도 가지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상승은 3분기 이후 경기 및 실적 회복을 확인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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