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광주YWCA 명예회장 조아라(曺亞羅) 여사가 8일 오후 7시30분께 전북 전주시 전주예수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전남 나주시 반남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주 수피아여고에 입학, 광주YWCA를 창립한 이 학교 김필례 교사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일찍부터 '학생운동가'로 활동했다. 졸업 후 이일학교 교사로 일하던 1931년 광주학생운동 당시 참여했던 '백청단 은지환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 받아 1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어 36년 수피아여고가 신사참배를 거부, 폐교될 당시에는 동창회장이라는 이유로 검거돼 한달간 감옥살이를 했다.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 부인회 활동을 하며 여성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 앞장선 조 여사는 일제 탄압으로 폐쇄된 광주YWCA와 수피아여고를 재건하는 데 힘썼다. 조 여사는 이후 83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때까지 32년간 광주YWCA를 이끌며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데 앞장섰다. 51년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성빈여사(聖貧女舍)'를 세워 1,000여 명에게 앞길을 열어줬고, 영세민 자녀 교육을 위한 '호남여숙'을 건립하기도 했다. 소외 받는 여성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62년 설립한 '계명여사'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검거돼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으며 그 후에도 5·18구속자와 부상자들을 가족처럼 돌봐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조 여사는 최근까지도 광주 엠네스티와 국민운동 전남본부 고문, 21세기 여성발전위원회 고문 등을 맡았으며 용신봉사상(65) 광주시민대상(88) 정일형 자유민주상(98) 인촌상(2000) YWCA전국대회 대상(2003)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학인(재미 사업가)씨와 차남 학송씨 등 2남. 빈소는 광주YWCA대강당. 장례는 12일 오전10시 광주YWCA강당에서 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국립 5·18묘지다. (062)524―3511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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