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의 내용에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한·미·일이 사실상 합의한 확대 다자회담에 대한 일체 언급이 없는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당사자간 대화'는 다자대화의 뜻으로 썼다"고 해명했지만 '당사자간 대화' 표현은 여전히 미·일의 의심을 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회담 형식 공동성명은 북핵 회담 형식에 대해 '베이징 (3자)회담에서 시작된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돼 나간다'는 수위에서 정리했다. 우리측은 다자대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이 "북을 설득하려면 공식화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배려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이날 "형식에 있어 일방적 주장이나 합의를 고집할 경우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어 굳이 합의하자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중국의 대북 설득 역할을 고려해 양보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5자 이상의 확대 다자회담으로 입장을 정리한 미·일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일과의 공조가 중요한 시점에서 자칫 우리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는 다자회담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지만 미·일에 대해 적극적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 원칙 공동성명의 '중국측은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대목도 중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당초 북미의 공동관심사를 모두 해결한다는 수준의 문안을 요구했지만 우리측이 "북한의 미국 공동책임론과 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 그나마 수위를 낮춘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에 대한 '동시행동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읽힐 수 있어 북한의 '선(先) 핵포기 전에 타협은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압박이나 추가적 조치 등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에서 자칫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안 관계 공동성명 도출까지 가장 진통을 겪은 것은 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문구였다. 중국측은 '대만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내정(內政)이다'는 표현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98년 공동성명 수준인 '하나의 중국'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한국과 대만 사이의 교역 등 실질적 관계가 이뤄지는 현실을 중국이 받아들인 셈인데 결국 양안문제와 북핵 문제에 대해 한중이 서로 양보를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달라이라마의 방한 시도에 대해 중국은 거듭 불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 등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공동성명 발표가 정상회담 하루 뒤로 늦춰진 것은 총리 등과의 만남까지 이뤄진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중국의 관례 때문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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