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4.2%에서 3.1%로 하향조정한 것은 하반기 경기가 'U'자형보다 'L'자형에 가까운 아주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계속된 내수침체와 세계경제 회복지연으로 하반기에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반등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KDI는 그러나 3분기 이후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경기부양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혀 재정지출 추가확대, 금리인하 여부 등과 관련 논란이 예상된다.'트리플 3' 확실시
성장률·물가상승률·실업률 등 3대지표가 올해 모두 3%대를 보일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KDI는 이날 4조2,000억원의 추경 효과까지 감안해 올 성장률을 3.1%로 낮추고 물가는 3.4%, 실업률은 3.5%로 전망했다. 특히 KDI의 분기별 성장 전망치(전년 동기대비)를 보면 '2.4%(2분기)→3.0%(3분기)→3.1%(4분기)' 등으로 회복속도가 아주 완만해 체감경기 회복으로 연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만 1조원 내외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는 특소세·근로소득세 인하가 실시되더라도 성장률 기여도는 0.1%정도로 미미하다.
더욱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에 마이너스 0.4%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 마이너스0.3% 내외를 보일 것이 유력하다. 전분기 대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외환위기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는 이를 경기침체(recession)의 공식적 지표로 삼는다.
정부도 이달 14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목표성장률을 4% 내외에서 3%대로 수정할 예정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8일 국회답변에서 "올해 성장률이 3.5%를 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경 확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단기부양 논란
KDI는 그러나 3분기 이후 경기회복 시그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1차 추경이외의 재정지출 확대나 금리인하 등 추가 경기부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KDI 조동철 박사는 "단기부양은 요동치는 경기의 진폭을 완만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미약하나마 회복추세가 보이는 만큼, 무리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한다면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고 증가율이나 할인점·백화점 매출이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박사는 "추가 부양보다는 이익집단에 대한 일관된 법질서의 확립, 대외개방을 통한 경쟁활성화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며 "3.1% 성장도 힘들다면 부양을 해야겠지만, 이 경우도 재정확대보다는 감세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늘려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덜 거둬 덜 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추경확대, 2차추경, 감세정책 등 전방위 부양책을 추진중인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잠재성장률이 5%인데 3%대 초반의 성장률에 만족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감세정책은 필요하며, 경기가 더 악화할 경우 추가 재정지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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