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어 경기회복이 본격적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와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8일 하룻동안 3건의 굵직한 M&A 발표가 나왔다며 "경기회복의 신호탄이 울리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활발한 M&A는 기업들이 현재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확장경영에 나서는 징후라는 분석이다.
8일 미국의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는 13억 달러에 레게이토 시스템즈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아빈메리터는 22억 달러에 다나를, 운송업체 옐로 코프는 경쟁사인 로드웨이를 9억6,600만 달러에 각각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는 캐나다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칸이 업계 M&A 사상 최대 규모인 38억5,000만 달러에 프랑스의 경쟁사 페생니 SA 인수의사를 밝혔다. 알칸은 이번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매출규모 세계최대의 알루미늄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앞서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51억 달러에 피플소프트 인수에 착수했고, 미국 의료기 업체 짐머 홀딩스는 스위스의 센터펄스 AG를 32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네트워킹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캐나다의 웨스트 베이 반도체 인수계획을 밝혔다.
기업재무조사기관인 딜 로직은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 전세계적으로 추진된 M&A는 1만229건이라며 작년 동기에 비해 건수와 규모에서 각각 25%와 7.7%가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1년간 M&A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만큼 상반기 말부터 불기 시작한 대규모 M&A 바람은 경기회복의 신호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월 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특히 최근의 M&A가 대부분 피인수자의 의사에 반하는 적대적 M&A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적대적 M&A는 인수자가 사업전망에 대해 명확한 확신을 가진 상황에서 결행한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의 선행조짐으로 해석된다. 7일 뉴욕증시가 '황소 랠리'를 기록한 것도 M&A에 힘입은 기술주의 상승 덕분이었다.
최근의 대형 M&A 바람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은 2·4분기 아시아 M&A시장 규모가 1·4분기에 비해 50% 늘어난 222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듀웨이 발랜틴 등 M&A 관련 로펌들은 "긍정적 경기전망 및 저평가된 기업가치와 맞물려 주요 업체들이 가장 손쉬운 확장방법으로 M&A를 택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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