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아야 한다'1999년 6월, 영국에선 세계 최초로 '인터넷만 가지고 100시간 동안 살아 남기' 대회가 열렸다. 제한된 공간에서 인터넷을 통해 생필품을 구매하며 100시간 동안 살아 남기에 도전했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그 해 7월 같은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생존은 가능했지만 사람이 그리웠다고 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자원만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은 20세기를 마감하는 동시대인에겐 공감되는 테마였고, 이는 각본 없는 생존게임이라 불리는 '서바이벌 쇼' 또는 '리얼리티 쇼' 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01년 한 오락 프로그램에선 인기 개그맨 김한석을 유리방에 가둬놓고 100일 동안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완전 공개했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일부 공간이 가려지긴 했지만, 욕실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진 유리방에서 김한석은 밥 먹고, 자고, TV도 보고, 운동도 하며 정해진 기간을 성공적으로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았고, 직접 유리방을 찾아가 그를 격려해 주기도 했다.
전세계 사람들은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그 시점에서 왜 서바이벌쇼에 흥분했을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심화되어가는 인간 관계의 단절 등이 생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주게 한 것은 아닐까.
서바이벌쇼는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 서바이벌쇼 프로그램을 처음 소개한 Q채널이 2001년부터 방송하고 있는 '서바이벌'(위성·케이블 토·일 낮 12시, 밤 11시)은 7월부터 '시리즈 6'을 방송하고 있다. 모든 문명의 이기와 격리된 외딴 곳에서 생활하며 게임을 통해 한 사람씩 탈락시키고, 마지막에 살아 남은 사람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는 게임. 타인을 탈락시켜야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은 어쩌면 참으로 잔인한 게임일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생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리즈 6'은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모델 변호사 컴퓨터 코디네이터 마케팅디렉터 로켓연구원 중학교 교장 회계사 체육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16명의 남녀가 벌이는 대결은 우리 일상을 옮겨놓은 또 하나의 세상이기도 하다.
Q채널의 또 다른 서바이벌쇼 '더 몰, 스파이를 찾아라'(위성·케이블 목 낮 12시, 밤 11시)는 14명의 참가자가 7주 동안 전세계를 돌며 부여된 과제를 완수하는 지적 추리쇼로서 과제를 완수할 때마다 상금이 높아지지만, 숨어있는 스파이가 이를 방해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온갖 지혜를 동원해 스파이를 찾아내야만 한다.
TV 속 서바이벌쇼는 일반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FTV의 '낚시 서바이벌', 겜TV의 '서바이벌 대결', 히스토리채널의 '서바이벌 역사 게임', 코미디TV의 '서바이벌 여인천하' 등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실하고, 현실적인 명제를 이행하기 위해 오늘도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다.
/공희정·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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