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학교시설을 외부에 임대해 방과후나 휴일에 과외수업을 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것은 참 놀라운 발상이다. 사교육비 경감이 아무리 절실한 문제고, 역대 정권이 온갖 대책을 동원하고도 풀지 못한 난제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고 단순하게 여기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이 방안은 방과후 학교 시설을 사교육 업자나 시민단체 등에 싸게 임대해 주어 예체능 과외수요를 학교 안으로 흡수하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공교육 정상화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방안이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초·중등학교 예체능 교사들이 설 곳은 어딘가. 다른 교과의 교내 학원과외 수요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 밖의 과외가 없어지고 비용이 저렴해질 테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학교는 그날부터 완전한 입시교육 학원으로 바뀌어 전인교육과 보통교육의 이념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지고 말 것이다.
과외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내 자식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더 좋은 성적을 얻게 하려는 학부모들의 과욕 때문이다. 유명학원 인기강사를 끌어들일 방도가 없어 그것은 싸구려 과외가 되고 말 것인데, 어떻게 극성스러운 초일류 욕구를 채워줄 것인가.
공교육의 질을 높여 과외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사교육비 경감의 첩경이다. 교사 자질향상과 의욕 고취, 교육여건 개선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젖혀두고 외부 과외교사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발상이다. 그것이 교사들의 의욕과 사기를 더욱 떨어트려 학교교육을 더욱 황폐하게 하고, 따라서 과외수요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교육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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