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은 불가항력?'경비업체가 구축한 보안시스템을 뚫고 침입한 도둑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무더기로 도난당한 판매업자가 경비업체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도둑이 단 '1분' 만에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바람에 경비업체로서도 '불가항력' 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법 민사82단독 송영천 판사는 9일 골프용품 판매업을 하는 추모씨가 경비업체인 C사와 C사가 가입한 D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비시스템이 이상 징후를 감지한 후 6분 내에 경찰이, 8분 내에 경비직원이 도착한 것은 적절한 대응으로 볼 수 있으며, 조금 더 빨리 도착했다 해도 '1분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철수한 도둑을 검거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01년 C사와 배상한도 7억원의 경비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추씨는 점포 내부에 자석감지기 2대와 음향감지기 3대, 열선 감지기 4대 등을 설치, 철통 방어막을 쳤다. 음향감지기는 8m거리까지의 소음을 탐지할 수 있으며, 열선 감지기는 고양이 크기 이상의 물체가 움직일 경우 지속해서 이상신호를 내도록 설계된 장비였다.
이런 추씨의 가게에 도둑이 든 것은 지난해 6월5일 새벽. 오전 3시38분31초에 열선 감지기가 1차 이상신호를 냈고 3시39분2초에 2차 이상신호가 울렸다. 1차 신호는 바로 3㎞ 가량 떨어져 있던 경비업체 직원에게, 2차 신호는 경찰 112상황실에 바로 접수됐다. 6분이 지나기 전에 경찰이, 8분 내에 경비업체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도둑은 이미 진열대에 있던 고급 골프채 35자루(3,150만원 상당)를 훔쳐 달아난 상태였다. 경비업체가 확인한 도둑의 철수시각은 오전 3시39분32초로 침입한 지 1분1초 만이었고, 가게의 강화 유리벽은 칼로 도려낸 것처럼 뚫려 있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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