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리머 글, 레나르트 오스베크 사진 김경연 옮김 달리 발행·8,000원서너 살쯤 됐을까. 책을 펼치면 단발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귀여운 소녀가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안녕, 내 이름은 수지예요." 다음 장을 넘기면 수지가 자기와 키가 비슷한 꼬마 당나귀와 서 있다. "얘는 내 친구 벤야민이에요." 큰 귀를 쫑긋 세운 벤야민이 수지만큼이나 귀엽다.
'내 당나귀 벤야민'은 사랑스런 사진 그림책이다. 꼬마 아가씨 수지와 아기 당나귀 벤야민의 우정이 흑백사진과 짧은 글에 예쁘게 담겼다. 수지네 집은 지중해의 한 작은 섬. 아빠와 바닷가로 산책 나갔다가 커다란 바위 사이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벤야민을 발견하고 데려왔다. 수지는 벤야민을 돌본다.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고, 세수도 시켜주고, 뽀뽀도 하고, 잠자리를 챙겨주고, 나란히 밀짚모자를 쓴 채 놀러 나가기도 한다. 어느날 벤야민을 따라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수지를 집까지 데려다 준 것도 벤야민. 벤야민은 상으로 설탕을 많이 넣은 우유 한 병을 얻는다.
수지와 벤야민의 사랑스런 모습이 내내 눈길을 붙잡는다. 바닷가 작은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도 아름답다. 길 아래로 올망졸망 어깨동무하듯 붙어선 하얀 집들과 정겨운 골목, 자갈이 깔린 바닷가, 꽃이 만발한 들판 등 복잡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라는 아이의 행복과, 동물과 나누는 즐거운 교감이 흐뭇하기만 하다. 1968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후 3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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