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6월29일 문을 연 서울 명동 YWCA 청개구리홀은 70년대의 청년 정신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YWCA 안뜰 구석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60평 남짓한 단층건물로 지어진 그곳에서 김민기, 방의경, 서유석, 양희은, 송창식, 윤형주, 김도향 등 당대의 통기타 가수들이 노래했고, 99원짜리 콜라를 사 들고 입장한 젊은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시대의 아픔과 청춘의 열정을 함께 나누었다.20일 그 청개구리홀이 되살아난다. '해바라기' 노래 운동의 리더이자 한국 포크의 대부인 김의철씨가 주축이 돼 YWCA 1층 마루 콘서트홀을 청개구리홀로 바꿀 계획이다. 그 벅찬 무대를 여는 첫 주자는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무엇이 이 숲속에서 으∼음 이들을 데려갈까'로 시작되는 노래 '아름다운 것들'의 가수 방의경(54)이다.
"그 곳은 한국 포크의 성지 같은 곳이에요.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장신구 사업으로 성공한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윤연선의 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 잠시 입국했다가 청개구리 부활 공연 때까지 머물기로 했다. 71년 4월 이화여대 미대생이던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가진 바 있어 이번 무대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 기타는 김민기가 쳤고, 양희은이 게스트로 무대에 섰다.
지난해 말 포크 동호회 '바람새'가 "아직 노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서울에 들어와 다시 노래를 들려 달라"고 청했을 때 그는 스스로에게 "너 열심히 살았니?"라고 물었다. "그 동안 꽁꽁 숨어 살았죠. 언제나 마음을 깨끗하게 잘 가꾸어 다시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려 왔습니다. 지금 노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자문했던 거지요."
그의 노래 '하양나비'와 '불나무'는 저항 가요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제외한 그의 대부분의 노래는 금지곡이 됐고 특히 '하양나비'는 데모대가 즐겨 불렀다. "어느날 신문을 펼쳤는데 많은 학생들이 사형을 당할 거라고 나왔죠. 인혁당 사건이었을 겁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똑 같은 이유로 한 쪽은 죽이고 한쪽은 죽는 상황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죠. 새벽에 아픔으로 덜덜 떨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쓴 곡입니다. 죽어 간 선배 후배에게 바치는 노래였죠."
그러나 그는 늘 "우리 마음이 더 고와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한다. 어두운 사회 현실을 맑고 아름다운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던 김민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밝고 맑게 세상을 보고 싶었던" 그였기에 "이제 정말 때가 온 것"이라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이제는 얼마든지 아름답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는 "청개구리홀은 중장년층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인 만큼 앞으로 젊은이와 중년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30년이 더 지난 지금 다시 그 자리에 서게 돼 너무 들뜬다"고 소녀처럼 웃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