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 도중 쓰러져 3년째 뇌사 상태에 빠져있는 전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34) 선수가 소속 팀과 홈 구단을 상대로 낸 민사조정신청 사건에서 법원이 임 선수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21단독 박기동 부장판사는 9일 임 선수의 부인 김영주 씨 등 가족 6명이 "임 선수가 사고를 당했을 때 응급조치가 소홀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4월 소속 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잠실야구장 홈 구단인 LG스포츠를 상대로 8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민사조정 신청 사건에서 "롯데와 LG는 각각 임 선수에게 2억원, 가족에게 2,600만원 등 모두 4억2,600만원을 공동 지급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신청인과 피신청인이 결정문 도착 이후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강제조정 결정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며 이의를 제기하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정식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재판부는 "임 선수가 구장에서 쓰러진 뒤 병원에 이송될 때까지 심폐 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뇌사상태에 빠진 것이 인정된다"며 "롯데는 소속 선수의 안전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으며, LG도 홈팀으로서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라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 선수는 2000년 4월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LG 전에서 5―1로 앞서던 2회초 2루에 있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같은 해 11월30일 자유계약선수가 돼 소속 팀에서 방출됐다. 롯데 구단은 지난 4월18일까지만 임 선수의 병원비를 부담하고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병원비를 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가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번 결정은 사고 선수에 대한 구단의 응급 구호조치의 중요성을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안전의식 불감증에 빠져 있는 우리 스포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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