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측의 계획된 친위쿠데타인가, 우발적 감정충돌인가." 9일 자민련 당무회의에서 부총재단과 당5역 등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함으로써 자민련이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사태의 발단은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홈페이지 운영자인 'IJ사이버 모니터 정책실'이 1개월 전 발간한 '매니아들이 이인제에게 던지는 소리'라는 책자의 내용이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이 책이 김종필(JP) 총재를 '깨진 바가지' '하릴 없는 노정객' 등으로 폄하했다고 지적했다. 책은 또 "이제는 이인제와 같은 참신한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JP가 북한을 방문한다는 데 보수원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학원 총무와 정우택 정책위의장 등에 대해서도 "지금의 당직자들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자민련 당직자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 대행은 아직 한마디 사과를 하지 않아, 당지도부가 이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는 게 당 대변인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대행측은 "책자의 내용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을 운영자들이 취합한 것으로 이 대행의 의중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대행의 한 측근은 "이미 이 대행이 JP를 직접 만나 책자 발간 경위를 해명했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이날 당무회의에 불참했던 이 대행은 측근의 회의 결과 보고를 묵묵히 듣기만 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퇴파동의 배경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행에 대한 JP 충성파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게 첫째이고, 둘째는 당 체제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JP의 구상이 행동에 옮겨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 사실을 우발적인 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JP가 이 대행이 아닌 심대평 충남지사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내년 총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당 주변에 파다하다. 결국 문제의 책자를 빌미로 이 대행을 밀어내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JP 직계 중 직계로 분류되는 유운영 대변인이 이 대행 공격의 총대를 멘 점도 이런 심증을 더하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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