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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보내는 편지 / 우리 부부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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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보내는 편지 / 우리 부부로 다시 만나요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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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랜만에 당신을 불러봅니다. 당신을 떠나 보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흰 눈이 펑펑 지겹게 쏟아지던 날, 당신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서울을 출발해 목포로 가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 눈길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지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당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목포의 친구가 "눈길이 위험하니 내려오지 말라"고 연락해왔지만 당신은 신년 축하예배에 빠지면 안된다며 출발했지요. 성가대원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성가대원이었던 당신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지요.

당신은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한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했지요. 나는 당신의 성가를 돕는 반주자였지요. 우린 정말 행복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고 나서 한동안은 미칠 것 같았습니다. 몸부림을 쳤고 당신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아이들 몰래 당신의 산소에 가서 얼마나 울고 통곡을 했는지 모릅니다. 여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습니까?

하나님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당신이 천국에 가신 것을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당신을 따라 천국에 가서 당신을 다시 만나려면 이제 나도 하나님께 매달려야 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될는지요.

여보, 하늘 가는 길은 얼마나 먼가요. 걸어서 갈 수 있다면 얼마가 걸리든 가고 싶습니다.그렇지만 당분간은 당신의 길과 내 길이 달라야 하는가 봅니다. 그것이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기도 하지요. 그런 때는 당신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 깰까 봐 조마조마 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보, 혹시라도 당신과 지내면서 내가 잘못했던 일이 있다면 용서해 주세요.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만날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따라 가는 날 당신은 나를 다시 아내로 맞아 주세요. 나 그땐 당신께 너무 잘할게요. 이제 당신을 내 가슴에 묻고 당신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이들과 열심히 잘 살아가렵니다. 여보, 근심 걱정 다 버리고,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쉬세요. 그리고 우리 부부로 다시 만나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드림.

/강경옥·전남 목포시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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