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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객관적 내용의 "인물전" 역사책 한권보다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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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객관적 내용의 "인물전" 역사책 한권보다 생생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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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독서 경험을 나누다 보면 위인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재미도 없는데 읽으라고 채근하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으라고 했는데 그건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데 필요한 역할 모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위인을 사람이 아닌 위인의 자리에만 두려는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인전의 주인공은 세종대왕 같이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학자, 재야운동가, 예술가, 기업인 같은 동시대 인물들이 포함되는 등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인권변호사 조영래'(박상률 글·사계절)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서경석 글·사회평론) '최은희'(박정희 글· 아이세움) 등이 그것이다. 위인전을 읽고 인생을 배우게 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생을 알게 되는 '인물전'이나 '전기'로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나아가서 반드시 인류에게 도움이 된 사람뿐만 아니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다룬 책도 나오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김일성 같은 인물에 대해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을 짚어준다면 아이들의 사고가 좀 더 깊고 넓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인전'이 아닌 '인물전'에 대한 몇 가지 희망 사항을 정리해 본다.

인물전의 내용과 삽화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 검증과 연구를 거쳐 정확해야 하고 그 내용이 기초한 참고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 인물이 생활했던 장소나 기념 박물관에 가서 그 시대와 장소를 느끼고 쓴 작품은 인물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과 역사적인 디테일이 합해져 독특한 시각이 드러날 것이다. 삽화는 등장인물의 옷, 집안의 모습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 같은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여 시대와 장소를 올바로 보여주어야 한다.

인물 묘사에서 지나친 과장이나 미화는 피해야 한다. 성장과정부터 그 사람의 업적까지 찬양 일변도인 전기가 많다. 심지어 태몽부터 남다르고 모든 일화는 앞으로 위대한 인물이 될 조짐이며 유혹에 넘어가는 일도 없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오히려 강점과 약점을 두루 가진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것을 극복하며 목표를 이루어가는 인간상이 아이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편 한 인물의 일생을 그리거나 한창 활동한 시기만을 집중 조명하는 등 구성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나 사진은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내용을 축약할 경우 중요한 부분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

좋은 인물전은 사회사의 한 부분이 된다. 시대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동시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퍼즐 조각이 되어 한 시대를 맞추어 내면 역사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훨씬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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