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미묘하고, 여기에 북한 요인까지 끼어들면 설 자리가 매우 좁다는 것을 말해준다. 회담 결과를 압축한 공동성명이 줄다리기 끝에 30시간 만에 나왔고, 북한 핵 해결을 위한 대화방식을 놓고 '다자'와 '당사국' 등의 용어로 혼선을 빚었다. 이는 회담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핵에 접근하는 양국의 시각차가 엄존함을 방증한다.노 대통령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회담에서 다자회담의 중요성을 충분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당사국 표현이)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을 십분 의식하고도,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거듭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많다. 정상회담을 보좌한 청와대 외교안보팀과 외교부는 "(양 정상이)확대 다자회담의 개최를 위해 노력키로 했다"는 사전 배포된 보도자료를 점검했어야 했다.
공동성명은 '당사국간의 조속한 대화'나 '확대 다자회담의 필요성'등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성명은 "한국측은 북핵 문제가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식으로 완전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중국측은 북한의 안보우려가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정리했다. 양국이 강조점을 달리했음을 명기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우리와 오랜 동맹국 북한 사이에서 등거리 자세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북한 핵을 둘러싸고 변화무쌍하게 전개될 국제정세에서 '중국 변수'를 냉정하게 저울질해야 할 이유다. 중국의 역할에 대한 아전인수식 과잉기대가 금물이라는 것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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