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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막힐때 부탁할 친구 든든" "詩 함께 나눌수있게 해줘 감사"/"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수 안치환-시인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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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막힐때 부탁할 친구 든든" "詩 함께 나눌수있게 해줘 감사"/"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수 안치환-시인 정지원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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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1995년 세상에 나온 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한참을 떠돌아 다녔다. 98년 노동가요집단 '꽃다지'가 가수 안치환(38)씨에게 노래로 만들어 달라며 정지원(33)씨의 이 시를 보냈다. "시어가 살아 숨쉬고 예쁜 말이 무더기로 들어 있어서" 금세 노래를 지었다. 사람들은 노래가 본디 시였음을 잘 알지 못했다. 거리에서 쓰여진 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노래로 만들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던 80년대처럼.

시인과 가수가 '동지'가 된 지 5년 째다. 정지원씨는 등단 12년 만에 첫 시집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문학동네 발행)를 냈다. '노래를찾는사람들'을 떠난 뒤 솔로 활동 15년을 맞는 안치환씨는 12일 장충체육관에서 기념콘서트를 연다. 모처럼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며 오랜 얘기를 나눴다.

안치환 축하한다. 첫 시집 내는 데 오래 걸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처음 읽던 생각이 난다. 남자가 쓴 줄 알았는데, 전화기에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한참 웃었지.

정지원 선배 시인들이 그래요. 시인이 세상을 5, 6년은 바라봐야 시집 한 권은 나오는 거라고. 내 시가 선배(안치환) 노래로 먼저 알려져서인지, 시집 내는 게 많이 늦은 거 아니냐고 지인들이 그랬지요. 나는 노래도 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배와 작업하는 게 즐거웠어요.('작업'은 정씨가 시를 쓰고, 안씨가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피묻은 운동화'와 '부메랑' 등이 노래로 불려졌다. '내 꿈…'는 안씨의 7집 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

안 살아가면서 노래로 만들고 싶은 무엇이 마음에서 솟아나는데 가사를 쓰려면 탁 막힐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너한테 부탁하곤 했지. 같은 시대, 같은 고민을 함께 표현하는 동지가 있어 든든하다.

정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마음은 같지요.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마음. 혼자서 시 쓰고 혼자서 느끼는 데 그칠 수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게 해줘서 참 고마워요.

안 386의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그 목소리가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바라보는 현실이야. 그 현실에서 고개를 돌리라는 건 나한테 랩이나 힙합을 하라는 것과 같지.

정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썼을 때는 꿈꾸는 대학생이었죠. 나는 이제 노동하는 사람이 됐어요(그는 학원 강사다). 세상이 달라졌나요? 어린 소녀들이 장갑차에 치여 죽지요. 누군가의 잘못으로 사람이 죽어간다는 게 여전한 사실이지요. 시는 그런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고 믿어요.

안 시도, 노래도 다 그렇지. 잘못을 짚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도록 하는 것,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지.

정 왜 시를 쓰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하지요. 시를 통해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생명력을 전하고 싶다고. 세상을 바꾸는 근본적인 힘은 결국 사랑이 아닐까요.

/김지영기자 kimjy@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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