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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푸동과 한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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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푸동과 한국 대통령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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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여러 가지 상념을 떠오르게 한다. 후진타오 총서기와의 한중정상회담은 절박한 북핵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 베이징여행이 끝나고 대통령은 상하이를 방문하고 있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 산업시찰의 필수코스처럼 된 푸동지구를 보게 될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은 지난 2000년 이곳을 보고 '천지개벽'이라고 감탄했다. 그 후 나타난 것이 신의주 경제특구이고 개성공단 건설이다. 푸동을 보고 노 대통령의 입에서는 어떤 표현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대통령은 이미 두어 달 전 미국을 방문하여 세계경제를 조종하는 맨해턴을 보았고, 뉴욕증권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종도 쳤다. 푸동의 풍경에 놀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바로 이웃한 한국의 지도자로서 동방명주(東方明珠)에 올라 양쯔강 하구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바라보며 푸동의 의미를 한번 되새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푸동은 크고 원대한 중국인의 꿈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 곳을 21세기의 세계 통상 및 금융 센터로 구상하고 있다. 언젠가 맨해턴을 대체할 요량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2010년 엑스포도 이미 이곳으로 유치해 놓았다.

■ 노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비전으로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를 내세웠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그 구체적인 모습이 실감 있게 와 닿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권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지도를 그린다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북부 연해주 일본을 묶는 경계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마음속엔 언제나 만주와 시베리아 등 북방을 향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지도로만 보면 한국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중심국가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서울은 그 중심축이란 생각이 든다.

■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지도를 보면 그들이 중심이 된다.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동북아지도를 그릴 수 있고, 홍콩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축으로 한 아시아지도를 상상하고 있다. 상하이는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중국 산업벨트의 중심에 있고 또한 양쯔강 유역의 통로에 위치한다. 노 대통령은 상하이에서 거대한 중국의 전략적 구상을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김정일에게는 단지 천지개벽의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노 대통령에게는 도전과 기회를 느껴야 할 도시가 상하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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