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집값 안정대책 발표로 아파트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이후 이자 후불제가 신규 분양의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자 후불제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분양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라도 단단히 붙잡기 위해 시공사들이 내놓았다. 아파트 당첨자들이 대출받은 중도금의 이자를 시공사가 대신 내주었다가 입주 시점에 당첨자가 한꺼번에 갚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중도금 대출이자 일시 유예 조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이자 후불제를 채택한 아파트는 일종의 '당근'이 걸린 물량이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대체로 높다. 이로 인해 이자 후불제를 도입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6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서울 신정동 동일하이빌, 항동 현대홈타운, 망원동 유진 마젤란21을 비롯해 수원 매산로 KCC 파크타운, 오산 대우 푸르지오 등이 이자 후불제를 내걸고 청약고객을 맞았다. 그러나 아파트 실수요자들은 이자 후불제가 혜택으로만 가득찬 완벽한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전적 이득은 얼마나
올해 1월부터 내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각각 5,000만원씩 중도금을 내야하고, 중도금 전액을 대출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납부일은 올해 1월 1일, 5월 1일, 9월 1일, 2004년 1월 1일, 5월 1일, 9월 1일 등으로 4개월에 한번씩 중도금을 내는 셈이다.
연 금리를 5.8%로 잡았을 때 시공사는 1차 중도금 납부기간(올 1∼4월)에 이자 96만6,000원(5,000만원에 대한 4개월치 이자)을 대납해 준다. 2차 납부기간(올 5∼8월)에는 새로 대출받은 5,000만원에 대한 4개월치 이자 96만6,000원에, 1차 중도금의 이자 96만6,000원을 더한 193만2,000원을 시공사가 내준다. 3차와 4차에는 각각 289만8,000원, 386만4,000원이 시공사의 대납분이다.
결국 시공사가 6차 중도금의 이자까지 합쳐 총 2,028만6,000원을 대납하게 된다. 소비자가 얻는 이득은 중도금으로 대출받은 금액에 대한 이자의 이자, 즉 2,028만6,000원에 대한 이자이다.
그 액수는 1차 납부기간에 발생한 이자 96만6,000원의 2년치 이자 11만원, 2차 납부기간에 발생한 이자 193만2,000원의 1년 8개월치 이자 18만원 등이고, 6차분까지의 합계는 104만원 정도이다. 즉 이자 후불제 적용 아파트를 사기 위해 3억원을 대출받아 6차례에 걸쳐 중도금을 물었을 때 104만원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약점은 없나
이자 후불제를 이용하면 중도금 부담을 소폭 줄일 수는 있지만 간단치 않은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입주시에 잔금과 함께 시공사가 대납했던 대출이자 전액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금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잔금을 지급할 목돈을 장만해야 하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홍순철 팀장은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중도금에 비해 이자 후불제로 얻는 이득이 크지는 않지만 일종의 할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청약 이전에 면밀한 자금 운용 계획을 수립하면 이사비 정도는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