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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이희재의 "악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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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이희재의 "악동이"

입력
200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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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상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큰돈을 거머쥘 수 있는 '대박'를 꿈꾼다. 거기에 '작품성'이라는 상반된 가치관까지를 함께 아우르고 싶어한다. 만화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박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인기와 작품성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던 수작(秀作) 만화가 우리 주위에는 더러 있었다. 1980년대의 어린이 만화 '골목대장 악동이'가 그렇다.'악동이'의 작가는 28년 째 만화를 창작하고 있는 이희재(51)씨. 이 만화는 작가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대다수 독자들이 주저 없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악동이는 1983년 '보물섬'에 연재되기 시작했다가 '소년중앙'의 부록판 만화로 옮겨 6년간이나 연재됐다. 88년에는 단행본 3권 짜리로 나와 또 한 차례 인기몰이를 했다.

'골목대장 악동이'가 지금의 30대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까닭은 기존 어린이만화와 확연하게 차별화된 '현실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이 도시 골목 한 귀퉁이를 점령한 고만고만한 조무래기들이라는 상황 설정에서는 기존 만화와 오십보백배다. 그러나 전개되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동네 골목대장 왕남이. 머리에 커다란 종기자국이 있는 왕남이는 완력을 앞세워 동네 또래들에게 '세금'을 걷고, 반발하면 박치기세례로 혼줄을 낸다. 왕남이 전위세력은 권력서열 넘버 투의 양서림. 군것질을 좋아하는 대식이는 양남이의 힘에 눌려 세금은 물론 빵까지도 헌납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수재는 개혁을 꿈꾸는 정의파 꼬마다. 그러나 마음만 있을 뿐, 양남이의 힘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이런 골목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태권도 초단의 장길이와 빡빡머리 꼬마 악동이가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힘 센 장길이가 왕남이 체제를 전복시켜 주리라 믿었던 동네 조무래기들은 장길이가 '뒷거래'를 통해 왕남이의 성실한 부하가 되기를 약속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커다란 실망에 잠긴다. 이때 엄청난 힘과 박치기 실력으로 왕남이를 단칼에 굴복시키는 악동이가 등장, 골목세상은 혁명기를 맞는다. 온동네 꼬마들 앞에서 왕남이와 양서림, 장길이를 무릎 꿇린 '악동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만화 '골목대장 악동이'의 팡파르 부분이다.

악동이는 당시 군부독재 아래 숨막혔던 어른들의 현실정치 상황을 훌륭하게 패러디했다. 여기에 어린이 만화 특유의 재미도 어느 정도 담아내는 데 성공, 80년대 최고의 어린이 만화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이희재는 현실참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88년에는'바른만화연구회'의 회장에 취임했고 이후 '우만연'(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분야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친 대표적 만화가로 꼽힌다. 만화원고에 대한 사전검열에 항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만화가상을 거부한 사건은 우리 만화계에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상경, 김종래 선생 등의 문하에서 습작을 하다 가 1970년부터 만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암울했던 80년대 우리 사회에 만화라는 메시지로 한 줄기 빛을 던졌다.

/손상익·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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