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건강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음식이 부패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며, 이로 인해 사고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흔히 일사병으로 알고 있는 열탈진, 과다한 땀 손실로 인한 탈수, 해수욕장이나 야외에서 햇볕의 자외선에 의한 피부화상, 세균이나 독소에 오염된 음식에 의한 식중독, 에어컨의 잘못된 사용에 의한 냉방병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예방 가능하지만 한번 걸리면 상당히 고생을 해야 한다. 예방은 의외로 쉬우며, 치료는 생각보다 어렵다.가장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것이 여름건강을 지키는 원칙이다. 여름에는 낮이 길고, 짧은 밤에도 더위로 잠을 설쳐 하루의 리듬이 깨어지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몸의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낮에 많이 피곤할 경우 10∼30분의 낮잠은 도움이 되지만, 열대야로 전날 잠을 설쳤더라도 낮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열대야가 며칠 계속될 때는 에어컨을 틀어 26도 정도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의치 않을 경우 낮에 낮잠을 1시간으로 늘이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중추신경이 흥분되고 피부혈관이 수축했다가 확장하면서 체온이 올라 오히려 더 잠이 안 오므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냉수나 우유를 자기 전에 마시는 것도 괜찮다. 밤 온도가 28도를 넘어가면 계속 잠을 깨게 되는데 "며칠간 어렵게 지내겠다"는 최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지만 잠의 깊이를 낮추기 때문에 결국 좋지 않다.
굳이 잠 때문이 아니라도 여름이 되면 시원한 맥주와 청량음료를 많이 찾게 되는데, 영양분은 없이 칼로리만 높아 좋지 않다. 청량음료는 식욕을 떨어뜨려 충분한 영양 섭취를 못하게 하거나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온이 28도보다 올라가면 더위에 대한 준비를, 32도보다 올라가기 시작하면 더위에 대한 방어를 시작하여야 한다. 자외선이 강한 낮 12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부에서의 활동을 다음으로 미룬다. 옷은 헐렁하게 입으며,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땀을 많이 흘리게 될 때는 스포츠 음료수가 도움이 된다. 평소 충분한 소금을 섭취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로 소금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 또 뜨거운 음식이나 과식을 피한다. 노약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하며, 가능하면 실내온도를 23∼26도로 맞추어 주는 것이 좋다. 만약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었을 경우'엔 시원한 곳에서 편히 쉬면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 수일 이내 서서히 회복이 된다.
여름철 꼭 거론되는 것이 냉방병이다. 이는 에어컨의 위생관리를 잘못해 필터나 냉각수를 통해 세균이나 곰팡이가 실내로 퍼지거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염된 공기에 계속 노출되어 생기는 문제다. 또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 커 두통, 소화불량 등 자율신경계의 부조화가 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온도 차이를 5도 이내로 하고 환기를 자주 하며 필터와 냉각수 청소를 제대로 해야 한다.
외출이나 물놀이 등으로 햇볕에 맨살이 노출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하기 30분 전에 바르고, 2시간 간격으로 다시 발라 주어야 하며, 물에 접촉하면 빨리 씻겨나가므로 더 자주 발라주어야 한다.
식중독도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우유는 냉장고 밖에서 한시간만에도 부패할 수 있으므로 식품들을 꼭 냉장 보관해야 한다. 세균을 죽이기 위해 가능하면 익히거나 끓여서 먹어야 하는데, 이미 세균이 증식하여 독소를 만든 경우는 아무리 익혀도 식중독을 막을 수가 없다. 때문에 가능하면 신선한 재료를 쓰고, 특히 생고기를 만진 후에는 꼭 손을 다시 씻고 야채나 과일을 만지도록 한다. 만약 설사를 하기 시작하면 음식을 줄이고 스포츠 음료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건강문제 중 약 70%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청량음료 등에 함유된 카페인이 신경을 자극해 예민하고 짜증스럽기 십상이다. 또 공기가 뜨거워지면 호흡이 얕아지면서 뇌에 산소량이 부족해 무력감을 느끼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며 없애서도 안 된다. 스트레스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무력하고 따분한 일상일 것인가. 변화가 없이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 적정한 스트레스는 생활의 활력이며 진보를 위한 디딤돌이다. 중요한 것은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여름철엔 수면과 영양관리에 치중하면서 근육이완훈련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는 잠을 자면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밤 기온이 25도가 넘게 되면 잠이 잘 안 오고, 들더라도 얕은 잠을 자면서 꿈을 많이 꾸게 돼 스트레스 회복이 안 된다. 잠을 자기에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가능한 한 규칙적으로 수면리듬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 영양관리 비타민, 무기질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가장 먼저 고갈된다. 신선한 과일, 야채와 충분한 영양공급은 스트레스로 인한 영양의 파괴를 예방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특히 여름철엔 카페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커피 외에 청량음료에도 카페인이 든 것이 많은데 갈증으로 음료를 마시다가 잠을 못 이루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곤 한다. 그 외에 금연, 절주도 중요하다.
3. 근육이완법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정신적, 신체적 긴장감이 지속되면 근육 긴장, 두통, 소화기 장애 등이 생긴다. 이 때는 신체의 근육을 서서히 힘주어 긴장시켰다가 서서히 힘을 빼며 이완시키는 근육이완법이 좋다. 10∼15초간 심호흡과 함께 부위별로 긴장-이완을 반복해보자. 어깨를 귀쪽으로 밀어올리기, 손목을 좌우로 움직이기, 발목을 위로 젖히기, 눈썹을 치켜세우기, 이는 물지 않은 상태에서 입술만 꽉 다물기, 숨을 크게 쉰 후 참기 등은 다양한 근육들을 긴장시키는 방법들이다.
이밖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목표를 조정하거나 능력 있는 다른 사람과 분담하는 것 모든 일이 완벽해야 한다거나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합리적,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 할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 생활을 촘촘하게 구조화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것 등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반적인 요령이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식생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식욕을 잃기 쉽다. 그러나 식사를 거르거나 빵, 콘프레이크, 과일, 과자 등으로 때우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패스트푸드는 피해야 한다. 여름에는 소화력이 떨어지므로 기름진 패스트푸드 대신 자연식품을 담백하게 조리하여 먹는 것이 좋다. 과식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 주의해야 할 것은 더위에 즐겨 먹게 되는 단 음료다. 설탕과 온갖 감미료, 화학물질이 들어간 청량음료와 이온음료로 갈증을 달래면 위와 장에서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영양소를 불필요하게 소모하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소화기관을 자극해 배탈, 설사를 일으키고 몸이 냉해져 여름감기에 잘 걸리게 된다. 체액을 산성화시켜 체내 칼슘을 녹이므로 뼈가 약해질 수도 있다. 대신 탈수현상을 막도록 물을 충분히 섭취한다.
주식으로는 현미, 보리, 조, 수수, 율무, 기장, 콩 등의 다양한 잡곡을 섞은 밥이 좋다. 겨우내 땅 속의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자란 보리나 녹두는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현미는 당뇨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씨눈과 껍질에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해 혈당조절과 변비, 심혈관계질환에 두루 유익하다. 음지에서 자라는 산나물이나 버섯류, 근대, 부추, 열무, 깻잎, 양배추, 상추, 쑥갓, 오이, 가지, 호박 등 제철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항산화물질인 비타민, 미네랄을 얻을 수 있고 다양한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과일로는 수분을 보충하고 더위를 식혀주는 수박과 참외, 매실, 복숭아, 포도 등이 좋다. 그러나 과당은 체내에서 중성지방으로 쉽게 전환되기 때문에 당뇨이거나 비만인 경우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후식과 간식 정도로 섭취하면 된다.
/김민선·한양대병원 영양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