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복환(55) 충남도교육감이 2000년 7월 교육감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한 후보에게 인사권 뿐만 아니라 재정(예산) 협의권과 차기 선거 지원 등도 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8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따르면 이병학(47·구속) 충남도 교육위원 집에서 압수한 각서 사본에 강 교육감이 인사권 위임 이외에 교육청 재정에 대해서도 이 위원과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인사권과 함께 기관장의 주요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상당 부분 위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각서에는 강 교육감이 차기 선거에 불출마하고 이 위원이 출마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밀약도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위원이 각서를 이용, 인사 외에도 교육청의 예산 편성 및 집행에도 개입했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교육계 관계자들은 "이 위원이 교육감 선거 이후 막강한 힘을 휘둘러 '충남 북부의 교육감'으로 불렸고, 그가 교육계 인사를 만나는 장소로 자주 이용한 천안시내의 커피숍은 '제2 충남교육청'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서 '뒷돈 거래'를 알선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전 교장 현모씨는 이길종(64·구속) 당시 모 중학교 교장을 찾아가 '교육장은 2,000만∼3,000만원, 학무과장은 1,000만∼2,000만원 든다"고 말하는 등 '관직정가표'가 공공연히 나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충남도교육청 초등 인사담당 전·현직 간부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이 위원이 각서를 이용해 교직원 인사에 부당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이 위원과 가족들의 예금계좌 추적에 나섰다.
한편 전교조 충남지부는 8일 성명을 내고 "교육장 임용에 몇 천만원 한다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강 교육감은 더 이상 교육계를 욕되게 하지 말고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김영숙 충남지부장은 "신성한 교육공무원의 인사권을 뒷거래를 통해 내팽개치고 당선된 사람이 어떻게 지역 교육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며 "시민단체와 연대해 퇴진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작용이 큰 현행 교육감 선거방식을 주민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위원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다 보니 담합과 매수, '학교운영위에 내 사람 심기' 등이 판치고 있다"며 "교육감 선거도 자치단체장처럼 주민 직선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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