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나치' 발언으로 총리까지 나서 한바탕 외교전쟁을 벌인 독일 정부가 이번에는 이탈리아 차관의 독일인 비하 발언으로 또 한 번 발끈했다.8일 독일 일간 타게스 슈피겔에 따르면 극우정당인 북부동맹 소속 스테파노 스테파니 이탈리아 경제부 차관은 독일인 관광객을 "여름 휴가철이면 우리 해변에 모여들어 떠들어대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하하며 "독일은 지나치게 자신감에 넘쳐 있다"고 비꼬았다.
스테파니 차관은 4일 한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똑같은 모양을 한 초국적(超國籍) 금발머리들이 우리 해변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 발언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계획했던 이탈리아 여름 휴가 여행을 취소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벨라 안다 정부 대변인은 "이탈리아 관광 주무 관료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이탈리아에 즐겨 여행가는 모든 독일인을 싸잡아 모욕하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뒤늦게 사태 진화에 나섰다.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스테파니 차관이 어리석게도 근거 없는 말을 했다"며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소원해지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해마다 수 십만 명의 양국 국민이 상호 방문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튼튼하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독일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환영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인이 많이 찾는 토스카나주(州) 관광청의 알레산드로 세데리기 대변인도 '부자 나라' 독일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찾는 발길이 뜸해질 것을 우려해 "스테파니 차관의 발언은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한 뒤 "독일인과 토스카나 주민들은 역사적 관계가 긴밀하다"고 유대감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일 양국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유럽의회에서 독일 의원을 '나치 하수인'으로 비난하자 슈뢰더 총리가 이탈리아 대사를 소환하고 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심각한 외교마찰을 빚었다.
다행히 두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나치 발언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해 긴장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이번 경제 차관의 실언이 다시 독일인의 민족감정에 불을 질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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