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한중 양국간 공동 성명에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원론적인 수준으로 담겨 있다. 노 대통령이 7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당사자간 조속한 대화의 필요성'이나 8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강조한 '다자회담 촉구'등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수준에 머문 것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다자회담의 참여국이나 형식에 대해 한중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있었기 때문이다.우리측은 미·일이 구상하고 있는 5∼6자 회담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고 중국은 북미 양자회담, 또는 3자 회담에 기울어 있기 때문에 회담 형식에 대한 합의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당사자간 대화' 정도의 표현도 사실은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후진타오 주석이 기자회견에서 이 대목을 중국식으로 '관련 각측간 대화'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 성명은 '베이징 3자 회담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한다'는 선에 머무름으로써 합의 수준을 더 떨어뜨렸다. 다만 양 정상간에는 대략 이 정도에서 합의해놓고 구체적인 부분은 다른 관련국과 계속 협의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따라서 우리측이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확대 다자회담'에 대한 합의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외교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8일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쩡칭홍(曾慶紅) 부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일·중이 모두 다자회담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기자회견에서 '당사자간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미국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의식해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관(尹永寬) 외교장관은 7일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비공식 회담을 가진데 이어 8일에도 하루 종일 중국측과 협의를 계속했으나 기대하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공동 성명 작성 과정에서는 또 대만과 관련된 '하나의 중국'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이 바람에 공동 성명은 자구 수정 등에 난항을 겪다 8일 밤 12시가 다 돼서야 발표됐다.
/베이징=고태성기자 tsgo@hk.co.kr
■ 한·중 공동성명 요지
1. 양국은 우호협력과 국제적 공동관심사에 인식이 일치했다.
2. 각 분야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
3. 중국은 한국의 경제발전 및 평화 노력을, 한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높이 평가한다.
4. 한반도 평화유지와 비핵화 지위를 확보하고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북핵 문제의 검증과 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했고 중국은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를 주장했다.
5. 한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내 유일 합법정부로 존중한다.
6. 중국 지도자간 상호방문과 회동을 강화한다.
7. 경제·통상 협력 연구팀과 품질감독·검역 협의체를 설치한다.
8. IT산업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환경보호 산업투자 포럼'을 개최한다.
9. 양국간 항공자유화를 추진하고 양국민 왕래를 위한 법적 보장을 제공한다.
10. 마약, 국제테러리즘 등 비전통적 안보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11. 후진타오 주석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한 요청을 수락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