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熊津)과 사비. 지금은 각각 공주와 부여로 이름이 바뀐 백제의 옛 도읍지다. 한때 한반도 최고의 문화를 자랑했던 백제였던 만큼 이 두 도시에는 백제의 옛 영광을 말해주는 유적과 정취가 가득하다. 또 역사 유적지를 감싸고 있는 산과 들과 강물 등도 한 여름 더위를 식혀주며 방문객들을 맞는다.최근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백제문화 여행길이 확 뚫렸다. 여름 휴가를 이용, 온 가족이 잊혀져가는 백제의 새 모습을 발견하러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백제인의 체취가 느껴지는 부여
낙화암으로 상징되는 백마강변에는 백제의 유적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유적지들을 찾다 보면 백제시대의 영화가 되살아나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선 찾을 곳은 백마강변의 금성산. 인근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정상에 올라서면 백마강의 휘어진 물줄기가 그대로 보인다. 부여 시가지도 한 눈에 들어 온다. 사찰인 '조왕사'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세워진 길 입구에서 출발, 2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른다. 외길이어서 자동차로 이용하다 오르다 반대 방향 차량을 만나면 낭패를 보기 쉬우니 되도록 걷는 것이 좋다.
낙화암 건너편에는 옛 국찰이었던 왕흥사지 터가 남아 있다. 풀잎 속 주춧돌이 그 흔적이다. 부여군 관광안내원 최미선씨는 "주춧돌 크기로 보아 사찰의 규모가 꽤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소개한다.
백마강변에 있는 천정대에 오르면 정사암이 있다. 백제시대에 재상을 선출할 때 신하들이 후보자의 이름을 적어 봉함한 뒤 올려둔 바위다. 밤 사이에 하늘이 특정인을 점지. 표식을 남겨두면 왕은 그를 재상에 임명했다고 해 정사암(政事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윗 바위는 임금바위, 아랫 바위는 신하바위로 불리며 다른 기암들도 여럿 보인다. 백제시대 정치사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선인들은 월파정에 앉아 부여를 '섬'같다고 노래했다. 백마강 바위 언덕에 세워졌다는 월파정(月波亭)은 강물을 내려다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가 물살에 깨져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 실제 이 바위 위에 올라가 보면 둥그렇게 굽이진 강물 위에 마치 부여 시가지가 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부여군 (041)830―2151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살아 있는 도시, 공주
무령왕릉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옆에 재단장한 모형 전시관이 최근 문을 열어 왕릉에서 발견된 다량의 유물 모형본과 왕릉 내부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 (041)856―0331
공주에는 들러볼 만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여럿 있다. 금강의 절경과 어우러진 산림박물관에는 3,000여점의 산림 관련 자료들이 역사, 경제, 환경 등의 주제로 전시돼 있다. 동물 사육장과 연못, 야영장, 물놀이장 등 체육시설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볼만 하다. (041)850―2661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교과서와 고대소설, 고문서 등을 모아놓은 웅진교육박물관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교육의 장이자 관광명소다. 어른들은 옛 학창시절 사용하던 교과서와 노트 등을 다시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041)853―4569
미술가인 임립씨가 운영하는 임립미술관은 연인, 가족들이 찾아볼만한 명소. 운치있는 야외조각공원과 전시실이 볼만하며 호수 주변에 휴게실과 세미나실, 방갈로 숙소도 갖추고 있다. (041)856―7749
여기저기 둘러 보다 더위에 지치면 상원계곡을 찾는다. 도로변 수풀을 헤집고 내려가면 곧바로 길다란 계곡이 이어져 있다. 이 곳에는 '나무 지붕'이 처져 있다. 주변의 나무들이 어찌나 울창한지 잎사귀와 줄기가 하늘을 덮어 버린다. 계곡에 햇볕이 거의 들어 오지 않아 시원하기 그지없다. 더위를 식히기에는 그만이다. 공주시청 공보전산실 (041)850―4220
/공주·부여=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여행수첩
도로가 관광지도를 바꾼다. 종전에는 공주나 부여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국도를 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공주IC에서 나오면 곧바로 공주 시가지로 연결된다. 부여도 신설된 '백제큰길'을 이용하면 공주에서 20분만에 닿는다.
천안에서 논산으로 막바로 갈 때도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을 경유해 돌아가는 것보다 30㎞ 정도 가깝다. 통행료가 2,500원 정도 더 들지만 휘발유 가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주)는 도로 인근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자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찾아서' 20만부를 무료배포하고 있다. (041)850―6700
공주의 먹거리로는 주봉마을의 우렁촌(041―857―0949)이 권할만 하다. 올갱이를 쌈에 싸서 된장을 발라 먹는 우렁쌈밥이 대표 메뉴. 바우성금강야생촌(041―841―1619)의 방갈루에서 먹는 토종닭과 로스불고기도 운치가 있다.
공주의 대표 민속주인 계룡백일주를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찹쌀과 백미 오미자 국화꽃 등을 빚어 증류시킨 뒤 벌꿀을 넣어 만든 술로 '계룡소주'라고도 불린다. 임금께 진상했던 술인데 술독에서 갓 꺼내와 냄새를 맡아 보면 향이 살아 있는 듯 하다. 남공주IC초입에 공장과 사무실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041)853―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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