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표와 원내총무간 '분권 체제'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홍사덕 총무가 8일 대북 송금 특검법안을 최병렬 대표와 상의 없이 전격 수정해 국회 법사위를 통과 시킨 데 대해 최 대표가 공개적으로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여 두 사람의 엇박자가 표면화했다.홍 총무는 이날 특검의 수사대상에서 대북 송금부분을 삭제하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로부터 받았다는 150억원 관련부분만 남겨 법안을 처리토록 한 뒤 대구에 있던 최 대표에게 전화로 사후에 보고했다. 이 때까지 최 대표 뿐 아니라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도 당의 원안대로 특검법이 통과될 줄 알고 있었다. 홍 총무는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는 특검법을 11일까지 반드시 털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다"며 "원안을 고집할 경우 여당의 강한 반대로 처리전망이 불투명해지고,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중요 현안의 처리방향을 대표가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과거 같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는 당헌상 보장된 총무의 독립적 권한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상경 후 박진 대변인에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섭섭하다"는 입장을 굳이 발표토록 해 홍 총무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해구 당 '대북 송금의혹 진상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홍 총무의 '독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는 "특검법이 11일 국회 본회의 상정 이전에 원안대로 재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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