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임원의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정부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모든 상장 및 등록기업 임원의 보수 내역을 투명하게 알리자는 취지로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한 '스톡옵션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재계는 물론 재정경제부까지 강력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제동 걸린 '임원 보수 공개'
금감위가 추진중인 스톡옵션제도 개선방안의 골자는 스톡옵션 부여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체 임원의 연봉을 미리미리 공개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금감위는 올해 안에 증권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상장 및 등록기업 등기임원의 개인별 전기(前期) 보수내역(급여, 성과급, 스톡옵션 수량 등)을 사업보고서에 일일이 기재토록 의무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령 개정권자인 재경부가 프라이버시 침해소지와 사회적 여건 미성숙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봉 내역을 공개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시비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큰 데다 자칫 사회적 위화감과 노조의 반발만 불러 올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임원의 보수공개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일 뿐"이라며 "상위법령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데도 (재경부와) 사전 협의조차 없이 섣부른 정책을 발표한 것은 금감위의 월권"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라는 비판이다. 재계에서도 "임원의 보수내용은 개별기업의 고유한 경영전략이자 기밀사항"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개별임원의 연봉공개 의무화는 물 건너 가는 듯한 분위기다.
금감위 '주주 알 권리'위해 추진 강행
그러나 임원보수 공개에 대한 금감위의 의지는 확고하다. 금감위는 심지어 법령 개정이 불발에 그칠 경우 사업보고서 서식 등 내부 공시규정이라도 고쳐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토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부처간 갈등마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프라이버시 보호론에 맞서 내세우는 논리는 '주주들의 알 권리'. 금감위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임원의 보수총액과 무관하게 마구잡이로 부여되면 결국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우리도 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임원들의 보수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개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 금융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조항도 없이 공시 서식만 수정해 임원 보수공개를 추진할 경우 기업에 대해 강제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며 "기업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 무방비로 당할 공산도 크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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