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라이코스를 몰아내고 네이버가 국내 포털사이트 페이지뷰 3위를 차지하자, NHN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자신감에 넘친 직원들은 "이제 야후도 얼마 안 남았다"며 2위 상승을 자신했다. 하지만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직후부터 네티즌들의 검색 도우미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 온 야후코리아는 역시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검색 엔진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백과사전, 이미지, 뉴스 등 콘텐츠를 보강해 사용자가 되도록 많은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야후의 2위 수성은 계속됐다.2002년 초, NHN의 이해진 사장은 어느 포털사이트나 하는 웹페이지 검색이나 사전, 뉴스 검색 외에 획기적인 검색 서비스를 도입해야만 야후를 누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웹사이트에 널려 있는 지식을 거두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들 개개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는 지시였다.
NHN 검색기획팀은 이미 1999년부터 운영돼 오던 한겨레 디비딕에 주목하게 됐다. 회원들끼리 질문을 올리고 답을 해 주면서 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이 사이트는 '너 이거 아니?'란 제목의 도서도 발간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대중화에 실패했다.
원래 검색기획팀 내에 있다가 지난 1일 독립한 '지식검색팀'의 최미정 팀장은 디비딕이 마니아들만의 공간에 머물러 대중화에 실패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했다. "디비딕은 별도 사이트에서 운영됐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식을 쌓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디비딕을 일부러 찾아가기 보다는 검색엔진에서 키워드를 입력, 답을 얻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디비딕을 네이버에 적용하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 것이지요."
오랜 산고 끝에 2002년 10월, 네이버의 '묻고 답하는 지식커뮤니티 - 지식iN(지식인)'이 탄생했다.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답변을 해도 물질적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일부 열성 회원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답변을 달아주는 데 매달렸다. '약속을 할 때는 왜 새끼손가락을 걸고 할까' 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올리는 이들도 사이트에 활력을 더했다.
유머게시판을 뺨칠 정도로 재미있는 문답도 많이 올라왔다. '연예인 노출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라고 답변한 것이나, '대사관(사실은 대사의 오타였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시멘트가 되세요'라고 답변한 것은 유명하다.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실시한 TV광고도 지식인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최 팀장은 "티저 광고나 이미지 광고가 아니라 '알고 싶으면 네이버에 XXX라고 쳐봐' 하는 식으로 이용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광고를 만든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식인의 인기에 힘입어 네이버는 올해 1월 검색 페이지뷰 1위를 차지했고 5월에는 드디어 야후를 누르고 전체 페이지뷰 2위에 올랐다.
지식인의 놀라운 성공을 벤치마킹한 포털사이트들은 너도나도 지식검색 서비스를 오픈했다. 올해 4월 엠파스가 디비딕을 인수해 지식거래소를 시작한 데 이어, 세이클럽, 프리챌, 네이트닷컴(구 라이코스) 등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에서 지식검색을 필수 서비스로 채택하고 있다. 야후도 이달부터 뒤늦게 지식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검색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제 지난 달부터 시작한 '오픈사전'에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오픈사전은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백과사전으로, 문답형식이 아닌 단어에 대해 정의를 해 나가면서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쌓아나가게 된다. 김 팀장은 "지식인이 조금은 흥미 위주로 흐른 면이 있지만 오픈사전은 정말 꼭 필요한 지식을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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