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농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세계무역기구(WTO)농업협상에서 우리가 농업개도국 지위를 인정 받는다 해도 관세감축 폭은 2배에 달해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또한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 문제로 시위가 잇따랐지만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움직임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불안하고 일부는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자살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란 말이 있듯이 위기와 절망을 기회와 희망으로 바꿀 처방은 있다. 협상력·경쟁력·소득·복지수준 제고라는 4대농정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다.
첫째 농업협상은 피해최소화를 위한 사전적 대책, 즉 전사(戰士)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불가피한 사항은 국내대책을 선행하거나 동시 병행하여 제시해야 한다.
둘째 가격경쟁력은 원천적으로 없는 것이니 품질 안정성 기능성 브랜드 등 4대 경쟁력을 제고하고 규모와 범위의 경제화로 가야 한다. 동시에 기술 경영 유통 정보화 등 4대 부문을 일대 혁신해야 한다.
셋째 경쟁력이 없거나 약한 농민을 대상으로 WTO에서 인정하는 직불제를 확대 도입하고, 영세소농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적용해 최저생활권을 보장하며, 농외소득 제고와 교육·의료·복지에서 도농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넷째, 농정당국과 농민단체는 농업의 공익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농업을 첨단·고차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최근엔 농업에 대한 인식도 엷어져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참여정부의 농정 역시 실패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모두가 시행하고 있는 농정이 유독 우리나라의 정부, 국회, 국민 사이에서는 공유되지 못해 못된 농정이 또다시 재현된다면, 그 고통과 불행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은 몇 년 이내에 완결될 수 없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 농업·농촌 10개년 계획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하되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 따른 여건변화를 고려하여 확정해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도 5년, 10년뒤 미래에 희망을 갖고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농업에 전념할 수 있다. 도·농간 소득,복지,지역발전의 균형과 농민참여의 합치(governance)제도 정착에 목표를 두고, 3개년(95년∼97년), 5개년(99년까지)에 이은 10개년(2014년까지)의 실행계획을 세워 농정의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
장 원 석 단국대 교수 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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