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많았던 대북송금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검의 수사연장 요청이 거부돼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검에서 현대 비자금 15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시작한 것이 보여주듯이 특검이 종결됐다 하더라도 대북송금 관련 수사 자체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더구나 한나라당은 새 특검법을 제정해서라도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특검은 우리나라의 4번째 특검이지만 과거의 특검과 달리 수사기간 연장요청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최초의 사례이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강력하기 때문에 대북송금 수사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사실 특검의 제도적 의의 자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물론 그동안 실시됐던 특검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찰의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기반으로 한 수사력은 특검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밝히지 못했던 사실이 특검에 의해 밝혀졌던 것은 결국 검찰이 정치적 고려나 외압에 의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수사를 특검이 맡게 되었던 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또 실제로 특검수사에 의해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졌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대통령이 거부함으로써 대북송금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특검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내용에 대해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와 특검수사가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을 누가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이른바 통치행위의 인정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북송금은 남북한의 긴장완화와 경제협력 등을 위해 꼭 필요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추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법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아마도 대북송금의 목적과 관련해서는 국익을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서의 성격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결단이 왜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통해서가 아니라 밀실 담합의 형태로 내려졌는지,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기 때문에 통치행위라는 말만으로 회피하기 어렵다.
현대의 비자금 150억원을 둘러싼 수사가 검찰에 의해 속개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특검법을 제정해 재개될 것인지의 문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검찰이 담당할 경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특검수사의 연장을 대통령이 거부한 상황에서 다시 특검법을 제정하여 수사를 재개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본다면 새 특검법 제정을 통한 특검수사 재개는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다수당인 야당에 의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특검법의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특검을 거부한 가운데 행해진 검찰수사의 결과가 국민의 불신을 야기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정도(正道)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의 고려가 아닌 원칙적 기준과 잣대를 존중하는 문제해결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특검수사이든, 검찰수사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든, 여야 합의를 통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수사를 담보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장 영 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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