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이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내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동유럽을 유럽시장 공략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앞 다퉈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동유럽 진출 붐
삼성전자는 8일 슬로바키아 갈란타시에서 미쿨라스 추린다 슬로바키아 수상과 윤종용 부회장,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공장(SESK) 준공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TV, LCD 모니터 등 영상 디스플레이 제품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늘려 2005년에는 연간 6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최 부사장은 "동유럽 중앙에 위치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슬로바키아를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활용해 2005년에는 12억 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스페인에 있던 컬러 TV 생산라인과 영국에 있던 모니터 생산라인을 모두 헝가리로 옮겼던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공장을 유럽지역 복합 생산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LG전자도 올 하반기 폴란드에 대규모 디지털 TV 공장을 건립, 유럽시장 전진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도 동유럽에 대규모 공장 건립 방안을 세우고 대상지 물색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SDI도 지난해 6월 헝가리에 컬러TV 브라운관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기지 건설에 들어갔고, 삼성전기도 지난해 7월 포르투갈에 있던 생산라인을 전면 철수하고 헝가리로 이전했다.
왜 동유럽인가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10개국이 2004년 5월부터 EU에 일괄 가입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동유럽 진출 붐은 EU 국가간 무관세 교역을 겨냥한 '사전투자' 성격이 강하다.
KOTRA 한 관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으로 서유럽은 소비의 축, 동유럽은 생산의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리적으로 서유럽에 인접해있고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유럽 진출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이면서도 우수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스스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도 생산기지를 세우기에 유리한 점. 또 동유럽 국가들이 외자유치 경쟁을 벌이며 앞 다퉈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도 유인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법인세를 25%에서 19%로 내리는 등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던 슬로바키아는 공장 준공식에 수상까지 참석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유럽은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 밖에 안 되는 임금 수준에 노사분규도 없어 매력적인 투자지역"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동유럽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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