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에 성공하면 '홀인원 보험금'으로 승용차를 사 주겠다"고 약속한 이벤트 사업자가 "보험금 납부가 2시간 늦었다"며 승용차 제공을 거부하던 보험사에 맞서 소송 끝에 고객에게 약속을 지키게 됐다.이벤트 사업자인 송모씨는 2000년 10월 경기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할 경우 고급 외제승용차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송씨는 이에 앞서 홀인원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제일화재해상보험과 승용차 값에 해당하는 5,400만원의 '홀인원 보험'을 체결했다.
그러나 송씨가 보험료를 내기 위해 연이어 폰뱅킹을 시도했는데도 송금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경기는 당일 낮 12시30분 시작됐고 송씨는 시작 전인 12시10분께 보험사 직원이 알려준 계좌에 폰뱅킹 방식으로 보험료 378만원을 송금했으나 입금되지 않자 오후 2시27분께 재차 폰뱅킹 송금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송금 처리가 되지 않았고 결국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보험사 직원에게 송금지연 사연을 이야기하고 다른 계좌번호를 받아 3시35분께 송금을 완료했다.
하지만 보험료 납부 2시간 전인 이날 낮 1시20분에 홀인원이 터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험사가 "홀인원이 나온 다음에 홀인원 보험료를 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틴 것. 결국 소송까지 간 '홀인원 보험사건'은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가 "보험사측이 지정해준 계좌가 인터넷뱅킹 등 다른 방법으로도 입금이 가능한 만큼 보험사는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보험사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합의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8일 "송씨가 첫번째 송금 후 보험료가 정상 납부됐다고 믿었던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태의 원인은 보험사 직원이 폰뱅킹 방식의 입금이 안 되는 계좌를 알려준 데 있다"며 원심을 깨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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