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쪽 말이 사실일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에 대한 '김운용 책임론'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핵심인 김 위원의 IOC 부위원장 출마 사전준비와 유치방해 여부에 대한 주장과 진술이 정반대로 엇갈려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IOC 위원들 상대 사전운동 의혹
정부 고위 관계자가 7일 "김운용 위원이 말로는 불출마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부위원장 선거 운동을 해왔다"며 "계속 평창은 안 된다고 주장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은 투표 전날에도 내표가 20표인데 그것만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면서 평창은 안된다고 말했었다"며 "그는 출마를 염두에 두고 유치운동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침묵해온 김진선 강원도지사도 "김 위원은 이미 국내에서 부위원장 출마의사를 밝혔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은 물론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평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기존의 멘트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여러정황으로 볼 때 김 위원이 적극적으로 유치방해를 했는지는 '검증'할 수 없어도 내면적으로는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행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만일 내가 출마할 경우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IOC위원들에게 보낸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평창이 상승세를 타면서 '부위원장 출마는 곧 매국노' 라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출마선언을 개최지 선정 투표 직후로 미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IOC 정서상 감표 가능성 커
그렇다면 김 위원의 미심쩍은 행보가 평창의 감표로 이어졌는지도 관심이다.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은 "김 위원의 방해로 최소 6표, 최대 16표가 날아갔다"며 김 위원의 방해운동이 유치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 개최지나 부위원장 선거를 한 대륙이나 한 나라에 몰아주는 것을 꺼리는 IOC내 정서로 볼 때 직간접적으로 감표요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김 위원이 사전 선거 운동을 했을 경우 상당수 IOC위원들은 '둘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 결정적인 감표요인으로 작용했을 공산도 크다.
고 건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출마 만류를 김 위원이 결국 뿌리친 점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유치위의 만류 권유를 듣지 않은 것은 제가 부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나를 따르는 IOC위원들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김 위원의 잇단 불출마 발언에 비춰보면 설득력을 잃는다.
유치위 관계자는 "김 위원이 법을 어기진 않았을지 몰라도 국익에 큰 위해를 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선 그 진상을 가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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