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테일러(사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6일 나이지리아의 망명 제의를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 하야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질서있는 권력 이양' 을 거듭 강조해 하야가 실제로 이뤄질지 주목된다.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라이베리아를 긴급 방문한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우리는 나이지리아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망명 카드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권력으로부터의 퇴장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 부당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순탄한 권력 이양을 위해 미국이 평화유지군을 라이베리아에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산조 대통령도 "우리가 테일러 대통령을 불러들여 곤란을 겪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질서있는 퇴진론'을 지지했다.
망명 제의는 라이베리아 정부군과 2개 반군의 유혈 충돌로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대통령 하야 압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테일러 대통령은 현재 라이베리아 전국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만을 통제하고 있다.
테일러의 망명이 성사되려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테일러를 잔학 행위 혐의 등으로 인접국 시에라리온의 국제전범재판소에 기소한 유엔은 테일러 망명 허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도 파병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테일러의 선 하야를 촉구해왔다. 또 테일러는 지난달에도 하야 의사를 밝혔다가 재선 도전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말바꾸기 전력을 갖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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