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가 트로트를 부른다.'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타향살이', '굳세어라 금순아', '황성옛터'…. 그의 6집 앨범 '비하인드 타임 1925―1953'에 실린 노래들이다. 포크와 블루스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어쩌면 젊은 시절 가장 반(反) 트로트적 정서를 안고 살았을 듯한 한영애가 느닷없이 트로트를, 그것도 1925∼53년에 나온 케케묵은 트로트곡에 끌리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옛 노래에서 한영애가 포착한 것은 그 안에 녹아 있는 솔직한 삶의 느낌이다. "불행한 시절 우리 아버지 어머니에게 잠시라도 위안을 주었던 그 노래들이야말로 우리 정서의 뿌리에 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데 생각이 미친 탓이다. 몸 속의 소리란 소리를 다 끌어 모아 토해내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트로트와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힘겨운 삶에 지쳐 있는 요즘 사람들을 토닥거리고 보듬을 수 있는 목소리다.
블루스, 록, 테크노 등 지극히 이국적 음악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그인 만큼 이번 앨범에 실린 트로트 역시 독특하게 재해석돼 있다. 앨범의 편곡과 프로듀싱은 달파란,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등이 모인 실험적 음악창작집단 복숭아가 맡아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버블시스터즈가 '오동나무'를,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이 '강남달'을 함께 불러 신선한 느낌도 준다. 아무래도 귀에 가장 쏙 들어 오는 노래는 '애수의 소야곡'. 청승맞은 멜로디는 현대적 감각과 만나 이색적 분위기를 빚는다.
한영애는 새 앨범 발매기념으로 콘서트도 연다. 11·12일(오후 7시30분)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 1544―1555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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