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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액션단골 "자동차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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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액션단골 "자동차 추격전"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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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주인공이냐, 사람이 주인공이냐. 할리우드의 대형 액션 영화에서 달리는 자동차가 사람만큼이나 큰 역할을 하고있다. 아예 사람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 추격장면은 액션 영화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흐름을 주도한 것은 2001년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였다. 제작비 400만달러 미만의 이 영화는 1억4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크게 히트했다. 그 후 할리우드는 자동차 추격전이 플롯의 큰 몫을 하는 액션영화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올 여름 영화 중에도 이런 영화가 8편이나 된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이 '매트릭스 2―리로디드'. 캐딜락, SUV와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초고속으로 달리며 보는 사람의 혼을 빼놓는 추격전이 장장 14분 간이나 이어지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금괴탈취 액션영화인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에서는 BMW가 만든 미니 쿠페가 할리우드 지하철 역 구내를 달리며 난리법석을 떤다. 사람이 자동차의 부수물로 전락한 '분노의 질주' 속편(2 Fast 2Furious·사진)에서 언더 커버 형사로 나온 폴 워커가 모는 자동차는 미쓰비시 에보와 닛산 스카이라인 GTR. 이 두 자동차는 미국 속도 기준에 비해 너무 빨라 아직까지 수입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나이 먹은 해리슨 포드와 젊은 조시 하트넷이 파트너 형사로 나오는 '할리우드 살인수사반'(Hollywood Homicide)에서는 주인공의 연령과 스타일에 맞게 포드는 캐딜락 엘도라도를 하트넷은 포드 머스탱을 몬다. 이 두 차가 대낮 할리우드와 선셋 대로를 누비며 빈약한 내용을 메워준다. 이 영화는 지금 흥행에서는 죽을 쑤고 있다.

6월27일 개봉된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 Full Throttle)에서 드류 배리모어는 클래식 근육질형인 1970년 산 셰브롤레이 LS6, 카메론 디아즈는 전세계에 100대 밖에 없는 1962년 산 페라리250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를 몬다. 이들의 적인 데미 무어는 최신형 페라리 엔조를 모는데 이 차의 최고 시속 337㎞의 속력을 자랑한다.

2일 개봉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 3'에서 여자 로보트 킬러로 나오는 크리스타나 로켄은 렉서스SC 컨버터블을 몬다. 영화 감독인 조너선 모스토우도 같은 차종이다. 18일 개봉되는 형사 액션영화 '배드 보이즈2'에서 두 주인공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페라리 550 마라넬로를 몰고 25일에 나올 '툼 레이더 2'(Lara Croft:The Cardle of Life )의 여주인공 안젤리나 졸리는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육중한 지프를 운전한다.

요즘 할리우드의 주고객은 13∼25세로 속도감과 파괴력을 즐기는 세대이다. 이들은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자동차의 추격과 파괴를 보며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자동차 추격 액션영화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웨스턴이요, 전쟁영화이자 전차 경기가 있는 시대극으로서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평론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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