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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사 사극 "다모" 하지원/"조선시대 여형사 되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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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사 사극 "다모" 하지원/"조선시대 여형사 되기 힘드네요"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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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물 밑으로 1m 정도 들어가 앞으로 전진하는 거야. 다이버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촬영 끝나면 바로 잡아줄 거야. 무섭지 않지? 할 수 있겠지?"28일부터 방송하는 MBC 수사 사극 '다모'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3일 오후 서울 수유동의 한 야외수영장. 난로가에서 오들오들 떨며 젖은 몸을 말리고 있던 하지원(24)이 이재규 PD의 주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수영을 전혀 못하는 그는 잔뜩 겁 먹은 표정이다. 5m 깊이 다이빙 풀에 뛰어들어 힘껏 팔다리를 놀려보지만 이내 허우적거리며 안전요원에게 매달리고 만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제작진은 궁리 끝에 수영장 한 켠에서 어린이 수영교실을 진행하던 강사를 긴급 초빙, "물에 뜨는 법이라도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다모(茶母)'는 조선시대 관가 등에서 차 심부름 하던 시종을 말한다. 이들은 포도청에 특채돼 요즘으로 치면 '여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방학기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다모'의 큰 줄기는 역모죄에 휘말려 집안이 풍비박산난 뒤 관비로 전락, 다모가 된 채옥(하지원)과 서자 출신의 포도청 종사관 황보윤(이서진), 혁명을 꿈꾸는 화적 두목 장성백(김민준)의 뒤엉킨 운명과 비극적인 사랑. 여기에 영화 '와호장룡'을 연상케 하는 채옥과 성백의 대나무숲 결투 장면을 비롯한 화려한 무술 대결, 옛 기록을 토대로 재연한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수사 비화 등이 곁들여진다.

내용도 새롭지만 HD(고화질) 드라마에다 미니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12부 전편을 사전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올 1월 촬영에 들어가 현재 80% 가량 찍었다. '다모'가 입봉작인 이 PD는 "제작 여건 상 후반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여느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액션 신은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분은 채옥이 검문에 걸린 장성백과 그의 수하를 구하기 위해 두 장정의 뒷덜미를 낚아채 물 속으로 잠영하는 장면. 자신 때문에 촬영이 자꾸 지연돼 울상이던 하지원은 1시간 여 특강을 받은 뒤 '맥주병' 신세는 간신히 면하게 되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말을 탈 때도, 대본에 따르면 '폭풍을 가르듯' 달려야 할 정도라 힘들어요. 저를 비롯해 연기자들이 다 한 번씩 말에서 떨어졌고 말 두 마리가 죽어나갔어요. 그래도 참 재미있어요." 물 속에서는 맥을 못추는 그지만 '악바리'란 별명답게 웬만한 액션 신은 대역 없이 다 소화해냈다.

"사극이라기보다는 예쁜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채옥이 매화밭에서 다친 황보윤을 치료해주는 장면은 드라마 사상 최고 명장면이 될 거예요." 어느새 기운을 차린 그는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깔깔 웃었다. "사극이라 노출이 거의 없다 보니 결투하다 팔뚝을 베거나 발목만 살짝 드러나도 스태프들이 '야, 지원이 속살이다' 하고 소리쳐요. 우습죠?"

곁에 있던 이 PD는 "지금까지 만난 여배우들 중 최고"라고 거들었다. "관능적인 미가 있으면서도 인생의 깊이를 담고 있는 얼굴이어서 캐스팅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관능미는 그렇다 쳐도 인생의 깊이까지?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 PD는 한마디 툭 던지고 돌아섰다. "드라마 보시면 알아요. 하지원의 이미지가 확 달라질 겁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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