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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초고속 인터넷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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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초고속 인터넷 완비

입력
200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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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딘가를 지나가다가 길바닥에 놓인 큼지막한 입간판을 보았다. '초고속 인터넷 완비'. 도대체 어딘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분홍색 페인트통을 뒤집어쓴 것 같은 러브호텔이었다. 주차장엔 번호판 가리개까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러브호텔과 초고속 인터넷,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 아닌가. 예를 들어, '물침대 완비' 같은 것은 금세 이해가 간다.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이라니.사랑을 나눈 남녀가 나란히 앉아 이메일 체크를 한다? 아니면 옆방에 있는 팀과 스타크래프트라도? 어느새 출출해진 분들은 근처 맛집을 검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평양냉면 어때?' 늦게 가는 사람은 이런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 '나 좀 늦을 것 같아. 채팅하고 있어.' 바둑 두는 사람, 고스톱 치는 사람, 일간신문 읽는 사람도 없으란 법은 없다. '이야, 서재응이 벌써 7승이군!'

아니, 특급호텔은 괜찮고 러브호텔은 안된다는 거요? 항의할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대실 전문인, 하루에 몇 회전씩 돌려대는 곳에서 초고속 인터넷으로 뭘 할 수 있을지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초고속 아니냐면 할 말은 없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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