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학을 맞아 인적마저 뜸해진 서울여대 캠퍼스. 교내 어학원 컴퓨터실에서는 이 대학의 '스웰'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녀 대학생 20여 명이 매주 학생들끼리 발생하는 신문 기사 선정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두 영어만 사용한다는 것. 강의실 곳곳에는 'English only'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학생들은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각 대학들이 해외 어학연수와 동일한 연수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어학연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서울여대의 '스웰(Seoul Women's university English Language license)'. 1995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방학 중 6주 동안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영어강좌에 참가하도록 구성돼 있다. 연수 기간 동안 학생들은 강사는 물론 학생들 끼리도 무조건 영어로만 대화해야 한다. 휴대폰 전화통화도 금지된다. 다양한 주제의 과제가 매일 부여되고 매주 시험을 본 뒤 성적표는 집으로 발송한다. 학사관리가 엄격하고 수강료가 20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240명 정원에 4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웰의 유명세는 넘쳐나는 타대학 수강생들에서도 확인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고려대 권동현(23·중문학과 3년)씨는 "해외연수의 경우 문화적 경험을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정작 영어 학습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영어 교육을 받기에는 국내 연수 프로그램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어대와 홍익대도 방학 기간중 각각 '중국어 체험캠프'와 '영어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외국어대의 중국어 체험캠프는 국내 대학 최초의 기숙형 중국어 연수 프로그램. 중국 현지 연수 비용은 국내 연수보다 비용면에서 저렴하지만 사스(SARS) 여파로 중국 현지 연수를 꺼리는 학생들을 위해 강좌를 개설했다. 홍익대도 3주간 코스로 중·고생과 대학생이 동참하는 기숙형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교내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프로그램도 상당수다. 연세대 외국어학당의 '영어 인텐시브 코스'나 성균관대의 'IEP프로그램'은 4∼8주간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와 문법 등의 수업을 하루 5∼8시간 동안 진행한다. 다양한 영어 사용 상황에 맞닥뜨린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과 영어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해외 연수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학생은 물론 국내에서 연수중인 일본인 학생 등 비영어권 학생, 해외 연수 중 일시 귀국한 대학생들도 수강할 정도다.
서울여대 스웰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정희(27·여)씨는 "아무런 준비 없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 어학 연수를 떠났다가 별 소득 없이 돌아오는 것 보다는 국내 대학들이 제공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기본적인 실력을 키운 뒤 해외 어학 연수를 떠난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