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목소리로 나라를 잘 이끌겠다던 지금까지의 대통령/ 약속을 지키긴 커녕 결국엔 다 X통령/ 윗물이 똥물이니 아랫물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멀쩡한 이들의 속을 썩여/ 어르신들 입에선 날마다 사기치기 딱 좋은 나라다 입에 침이 마르게 외치고…'리쌍의 노래 '꼬리아'다. 재임시에는 실정, 퇴임 후에는 거짓말을 일삼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힙합과 현실비판은 뗄 수 없는 사이인가? 힙합은 소외되고 희망 없이 살아가는 흑인들의 울분이 랩을 통해 나오면서 생성된 음악이다. 자연히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따라붙고 욕설도 담긴다.
하지만 한국의 힙합은 배경이 다르다.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빈민가 대신 서울의 부촌에서 태어나 자랐거나 외국물 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대 앞, 압구정동, 이태원 등지의 클럽에서 힙합, 레이브 파티를 즐기며 힙합을 즐기고 배워왔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노래에 등장하는 현실비판적 가사는 겉멋 부리기를 위한 액세서리와 같다는 느낌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라는 메시지를 끊임 없이 전달하지만 어쩐지 진부하다. 비판은 대부분 두루뭉실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질 만한 '촌철살인'의 미학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괜히 욕설을 섞어도 제대로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
헐렁한 티셔츠에 커다란 청바지를 입고 댄스 멜로디 사이에 랩을 끼워 넣는다고 해서 힙합의 정신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힙합의 리듬과 랩의 운율을 살려 놓은 채 마음 속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솔직한 힙합이 오히려 한국적 힙합일 것이다.
'털 빠진 닭처럼 초라한 내 차림/ 그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릴 괜히 피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던 바로 그때/ 난 참 바보같았지'라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Fly High'나 '너를 만나기 전 내 삶은 가시덤불 하지만 이젠 튼튼한 건물/ 너무도 큰 사랑에 웃기만 하는 나는 바보 온달'이라는 사랑노래 '리쌍 부르쓰' 등 리쌍의 앨범에 실린 다른 노래들이 오히려 듣기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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