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국내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기피현상이 지속되면서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건전한 역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7일 거듭 제기됐다.특히 1998년말 이래 시가총액 30대 기업의 기관 투자지분은 98년말 20%대에서 지난해말 19%대로 감소한 반면, 외국인 지분은 17%대에서 28%대로 급격히 늘어 국내 우량투자자산을 불필요하게 외국자본의 손에 넘기는 '시장실패'가 우려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7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보유주식 시가총액 비중은 96년 30.7%에서 지난해 15.9%로 축소된 반면 외국인의 비중은 13%에서 36%로 증가했다. 이 같은 국내 기관투자자 주식투자 상황은 미국과 일본 증시의 기관투자자 비중이 각각 46%, 40%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부진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안전판 및 장기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주가 하락기였던 95∼98년과 2000∼01년에 각각 10조7,000억원, 11조4,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으며, 매매비중도 각각 17.11%포인트, 1.98%포인트 줄였다.
또 지난해 시장전체의 매매회전율은 248.86%인데 반해 기관투자자는 498.06%로 단기매매 성향이 높았다.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183.05%였다.
경영권 감시 역할도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의결권 공시건수가 지난해 410건에서 올해 1,335건으로 급증했으나 찬성률 95.5%였으며, 반대는 0.9%에 불과했다. 중립과 불행사도 각각 1%, 2.3%를 차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시의 건전한 버팀목으로서 기관투자자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며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와 관련, 기관투자자의 역할 제고를 위해 연기금의 주식매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기금관리기본법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 투자관행 정착을 위해 연기금과 금융기관의 신탁상품 만기를 최소 2년 이상으로 변경하고, 펀드매니저 성과 평가제를 현재 1년에서 2∼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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