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양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느슨하나마 관련 당사국의 조속한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실질적 틀에 접근했다는 뜻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사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그러나 양 정상이 당사국간 대화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명시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추가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은 이번 회담의 한계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확대 다자회담'은 지난번 베이징 3자 회담에다 추가로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이 참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측이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한중 간에 확대 다자회담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것이 불발에 그쳤기 때문에 정부의 미숙함과 혼선 등이 지적되기도 한다. 미·일은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5∼6자 회담을 구상하고 있는 반면, 중국측은 북미 양자회담을 선호하면서 가급적 참여국수를 줄이려는 북한 입장쪽에 서 있다. 한중 양국은 회담의 형식과 관련된 문제를 후속 외교부장관 회담을 통해 계속 협의, 8일중 이에 대한 합의를 공동선언문 등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그 전망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회담은 기본적으로 양자 관계에서의 회담이었지만 그동안 한·미·일·중 등 관련국이 벌인 외교의 결과가 서로 엇갈리면서 표현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남북 경협 및 대북 지원, 북핵 위협 악화시 추가적 조치 여부 등에 대해서는 미·일과의 정상외교 때와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번 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하는 선에서 그쳤고, 양 정상이 추가적인 조치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대북 경협 문제를 연계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후진타오 주석이 남북대화와 경제협력 관계 유지를 지지, 북한쪽에 훨씬 근접한 입장을 보였다.
방중 외교의 성과는 우리가 미·일과 중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조정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후진타오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해결해야 한다"며 체제보장 문제를 직접 거론한 데 대해 우리가 미·일을 의식,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것도 국제적 조정 외교가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베이징=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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