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7일 공안사범에 대한 준법서약제 폐지를 전격 결정한 것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이념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개혁책으로 받아들여진다.준법서약제는 그동안 각서 하나로 개인의 생각을 강제로 억누르려 한다는 점 등에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위헌 소지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이 제기되면서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상당수 양심수들은 준법서약이 과거 사상전향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하고 단식 농성도 벌이는 등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준법서약제가 자유민주주의 국법질서를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동의이며 현 상황에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준법서약서 제출이 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조모씨 등 30명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적 의무를 확인·서약하는 것에 불과할 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며 합헌 결정을 내리자 '폐지론'은 물건너가는 듯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국민통합과 인권신장을 위한 첫 출발점으로서 준법서약제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꾸준한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한편 이날 준법서약제 폐지 방침이 발표되자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만시지탄이지만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의 모임'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폐지됐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법무부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더 많은 인권 친화적인 정책을 개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시절 국보법 위반자 석방 과정에서 준법서약제라는 기형적 절차를 도입했고 이후 양심의 자유' 논란, 위헌 논란 등 문제점만 불러 일으켰다"며 "다만 참여정부는 '준법서약제' 폐지 이후 국내 여론을 잘 조율해가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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