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8일 팔레스타인 소설가 가산 카나파니가 36세로 죽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부 요원들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차 안에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생을 마감했다.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서북해안의 항구 도시 아크레 출신이다. 1948년 5월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터진 제1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80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을 등졌을 때, 카나파니도 가족을 따라 레바논으로 갔다. 그는 그 뒤 시리아와 쿠웨이트에서 교사와 언론인으로 일했다. 살해됐을 때,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대변인 겸 그 단체의 기관지 '알 하다프' 편집인이었다.카나파니는 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뿌리 뽑힘과 민족해방투쟁을 소설 속에 담았다. 한국 독자들도 소설집 '불볕 속의 사람들'(창작과비평사)에서 카나파니 문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거기 실린 중편 '하이파에 돌아와서'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 때문에 이산하게 된 팔레스타인 부모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차가운 감동으로 승화시켜냈다. 갓난아이였던 아들을 챙기지 못하고 고향 하이파에서 쫓겨난 지 20년 만에야 고향을 방문할 수 있게 된 사이드 부부는 유대인 양부모 밑에서 유대인으로 자라나 이스라엘 수비대원이 된 아들의 격렬한 적개심과 맞닥뜨린다.
사이드가 그 '유대인' 청년에게 말한다. "우리의 비겁함을 인정하네. 그러나 그것이 자네를 정당화해주는 건 아닐세. 누구든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은, 다른 사람들의 나약함과 실수가 자신에게 그들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권리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정당화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일세.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면 어쩌겠나? 그 때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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