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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45>辛夕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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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45>辛夕汀

입력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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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7월7일 시인 신석정이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1974년 몰(沒). 신석정의 본명은 필명과 한자만 다른 석정(錫正)이다. 1930년대 초에 그와 함께 '시문학(詩文學)' 동인으로 활동한 이하윤(李河潤)이 성(姓)의 한자만 바꾼 이하윤(異河潤)을 필명으로 삼은 것과 비교될 만하다.신석정의 두 번째 시집 제목이 '슬픈 목가'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시세계에는 목가의 분위기가 짙다. 목가는 '목동의 노래'라는 뜻이지만, 고대 그리스 시인 테오크리토스에게서 비롯된 서정시의 한 장르이기도 하다. 목가는 대체로 좋았던 옛 시절이나 소박한 전원 생활을 소재로 삼는다. 그러니까 목가는 낭만주의의 흐름에 얹혀 있다. 소치기나 양치기가 화자나 제재로 등장하는 일이 많아 '목가'(파스토랄)라는 이름을 얻게 됐지만, 모든 목가가 목동을 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목가는 르네상스 시기에 풍자나 우의(寓意)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시만이 아니라 연극이나 산문 같은 인접 장르로도 확산되었다.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로 시작해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로 끝나는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는 신석정의 가장 잘 알려진 시일 터인데, 이것은 그대로 이 시인의 목가적 세계를 표나게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석정의 '어느 지류(支流)에 서서'.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은하수가 흐른다// 낡은 밤에 숨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리…"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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