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나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위험요소와 싸우게 되는데, 이 중 뇌혈관질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고 의료정보, 의료진단기기가 발달해 50세가 넘으면 흔히 소변, 혈액 검사를 하듯이 뇌혈관 사진을 찍어 적극적 예방이 가능한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는 중풍(뇌졸중)이라는 질환도 사전에 위험정도를 알고 예방만 하면 적어도 큰 위험부담은 줄일 수 있게 됐다. 흔히 '무증후성 뇌경색'이라고 하여 소규모로 뇌 실질부위가 막힌 경우가 종종 발견되고, 뇌혈관 뿐만 아니라 목동맥 혈관 등도 조사하여 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한방에서는 원래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보다는 발생 전 예방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왔으며, 이 상태를 '미병(未病)'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건강하고, 큰 이상이 없지만 여러가지 상태를 종합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태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중간단계인 '반건강체'라고 할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는 미병(Mibyou)학회가 있으며, 11월 열리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노년의학 국제 심포지엄에도 미병이라는 세션이 있는 등 전통의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다. 이는 건강한 사람에게 운동을 권유하는 차원이 아니라, 반건강체라는 진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다.
한방에서는 혈관노화 진행을 방지할 수 있는 청혈단을 사용한다. 이 약물은 동맥경화예방과 염증제거, 콜레스테롤 합성저해 작용이 있음이 규명되었으며, 실제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하여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물론 양약만큼 큰 폭의 강하효과는 없지만, 부작용이 없고 한약이 가진 증상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한방 신약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증상이 없는 뇌경색과 증상이 있는 뇌경색 환자(평균 나이 65세) 23명에게 평균 18개월동안 청혈단을 사용한 다음 추적 조사한 결과 새로운 혈관 병소가 발견되지 않아 뇌경색 재발 억제약으로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기호 경희의료원 한방2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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